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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버젓이 만들어 놓고…'저출생' 걱정하는 나라 [데일리안이 간다 71]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08.09 00:05 수정 2024.08.09 08:40

아동대표 및 학부모들, 국가인권위 "노키즈존은 차별, 철폐해야"…정부, 여전히 소극적

김근태 "저출생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키즈존 폐지돼야…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조덕상 "인간의 평등권은 영업주의 영업권 보다 우선…그 어떤 이유로도 노키즈존 합리화 안 돼"

아동권리보장원 "누구나 어린시절 거쳐…한 아이는 부모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

제주 한 카페 입구에 붙은 '노키즈존' 안내판.ⓒ연합뉴스

지난해 노키즈존 철폐가 담긴 결의안이 아동총회에서 채택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은 버젓이 두고 저출생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인간의 평등권은 영업주의 영업권 보다 우선하는 만큼 그 어떤 이유로도 노키즈존은 합리화 될 수 없고 강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정부가 주최한 아동총회에서 아동대표들은 어른들을 향한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노키즈존 철폐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어른들이 만든 노키즈존으로 아동들이 출입 제한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것이고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차별이라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놨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9월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한 식당의 행위를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아동을 제외한 일'을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8일 데일리안에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을 거치는데 이들이 노키즈존을 통해 어린이를 너무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노키즈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노시니어존, 노아줌마존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걸 허용하면 깨진 유리창이 돼서 모두에게 '배제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부모로서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건 맞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전체 사회가 함께 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사회 분위기가 아이에 대한 인식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점은 문제다. 그래서 사회 인식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키즈존은 아동의 권리를 방해할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아동이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며 "아이들이 환영받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정부 등에 노키즈존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어린이들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두리(9)양은 "노키즈존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예전에 가족끼리 한 식당에 방문했는데 문 앞 표지판에 어린이는 들어오지 말라고 써 있었다. 얌전한 아이들도 있는데 모든 어린이를 시끄럽다고 생각하고 식당에 못 오게 하는 점은 차별하는 것 같아 불쾌하고 화났다"고 토로했다.


김모(11)군은 "얼마 전 가족끼리 휴가 중 갔던 카페에서 일부 층은 노키즈존이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었다"며 "노키즈존이였던 곳이 높은 층이라 바다가 잘 보일 것 같아 가고 싶었는데 노키즈존 때문에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어린이라는 이유로 어느 공간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차별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입장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인권 침해고 정부가 이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업장에서 어떤 사람이 영업 방해를 해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업자들의 권리지만 '아이들은 다 문제다'라는 전제 하에 애초에 아동 출입을 금하는 건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장 사무국장은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배제해 버리겠다'라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고 하더라. 이런 감정들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여진다"며 "우리 사회에 혐오 문화가 너무 확산돼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이런 요구에도 정부는 해결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노키즈존 운영자를 대상으로 노키즈존 관련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것이 전부이지만, 어린이들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근태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노키즈존은 폐지돼야 한다"며 "아무리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잘 관리하지 못해 노키즈존을 만들었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다. 당연히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 일명 진상 손님도 있겠지만 이건 극소수에 불과한데 노키즈존이라는 것을 통해 모든 아이의 출입을 막는 것은 잘못됐다"며 "정확한 통계 등에 기반하지 않고 이 같은 경험 한 번으로 노키즈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조덕상 변호사는 "어린이나 아동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간 출입 서비스 이용을 배제하고 있다. 유독 어린이에 대해서만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어떤 이유로도 노키즈존은 합리화할 수 없다"며 "영업주가 노키즈존 등을 통해 손님을 가려서 받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평등권은 영업주의 영업권보다 우선하는 권리인데도 영업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우선하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노키즈존을 철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입법 준비 중인 포괄적차별금지법에 노키즈존 등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통해 행정 규제가 이뤄지고 강제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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