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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오승욱 감독의 탁월한 전도연 활용법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8.08 08:52 수정 2024.08.08 08:52

하수영(전도연 분)은 그토록 바라던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조직의 비리를 뒤집어 쓴다. 직장 상사이자 연인인 임석용(이정재 분)이 엮인 이 비리를 눈 감고 2년 만 교도소에 다녀오면, 아파트와 돈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연인은 세상을 떠났고, 받아야 할 돈과 아파트도 자신에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돈을 누구에게 받아야 할지, 연인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정보 하나 없다. 이 때 임석용과 동거를 했다며 수영을 '언니'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윤선(임지연 분)이 나타난다. 리볼버 한 자루를 쥔 하수영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윤선의 도움을 받아 이 모든 걸 계획한 앤디(지창욱 분)을 향해 돈을 받기 위한 발걸음을 뗀다.


영화는 하수영이 '돈'을 받기 위한 여정으로 나아가지만 이는, 하수영이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진 세상 속 존엄감을 되찾기 위한 한 발이다.


'무뢰한' 이후 9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의 얼굴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 차갑고 메마른 전도연의 새 얼굴을 끄집어내 뚝심 있게 영화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이들이 엮인 사건 속 정보는 파편적이며 공백이 많다. 배우들의 대사와 상황을 보며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하수영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긴 인물들의 위협이 잇따르지만, 끝내 하수영은 뜨거워진 리볼버의 총구를 발사시키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간 나락이 아닌, 고군분투 끝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오승욱 감독이 캐릭터를 사랑하는 방식이자 한국 누아르 영화의 품격을 올려놓는다.


전도연은 하수영 그 자체가 됐다. 무표정한 얼굴로 리볼버를 장전하고 나아가는 걸음 걸음마다 외로움과 결연한 의지라 묻어난다. 수영의 분투를 돕는 윤선 역의 임지연도 선배들 사이에서 모자람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지창욱의 변신은 새 발견이다. 어떤 역할을 맡겨놔도 훌륭히 소화는 지창욱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과 환기를 동시에 담당한다.


특별출연한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조연 김준한, 정만식 등도 각자 자리에서 영화의 중심부와 모서리를 채운다.7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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