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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3곳 중 1곳, 충당금으로 부실채권 못 메꾼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8.07 10:07
수정 2024.08.07 12:46

'위기 대응력' NPL 커버리지비율 악화

51개사 가운데 18개사는 100% 하회

길어지는 고금리에 여신 건전성 '흔들'

부동산 PF 리스크까지 겹악재 '경고등'

금융 리스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캐피탈사 3곳 중 1곳 이상은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리스크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 해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 캐피탈사가 5곳 중 1곳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위기 대응 여력이 눈에 띄게 나빠진 모습이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충격파로 제2금융권인 캐피탈업계의 여신 건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의 부실 확산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리스크 관리에 보다 고삐를 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할부금융사와 리스사 등 51개 캐피탈사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21.9%로 전년 동기 대비 9.5%포인트(p) 떨어졌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조사 대상 저축은행들 중 35.3%에 해당하는 18곳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두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이는 여신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준비해 둔 충당금보다 부실채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해당 수치가 100%를 밑도는 캐피탈사는 전체 중 21.6%인 11곳에 그쳤다.


캐피탈사별로 보면 무궁화캐피탈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36.0%에 그치며 최저를 기록했다. 이어 파이오니어인베스트먼트(45.0%)와 JM캐피탈(47.7%)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40%대에 머물며 낮은 편이었다.


이밖에 ▲A캐피탈(53.1%)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53.7%) ▲무림캐피탈(54.2%) ▲CNH캐피탈(54.5%) ▲HB캐피탈(59.9%) ▲하이델베르그프린트파이낸스코리아(63.4%) ▲메리츠캐피탈(66.5%) 등이 NPL 커버리지비율 하위 10개 캐피탈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캐피탈업계의 여신 위험 대응력이 나빠진 건 그 만큼 부실채권이 많이 늘어서다. 충당금을 열심히 쌓고 있지만 확대되는 부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캐피탈사들의 NPL 총액은 4조6171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에만 35.0% 증가했다. 충당금 역시 5조6281억원으로 25.2% 늘었지만, NPL보다는 증가율이 낮았다.


이런 배경에는 고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쌓여 가는 이자 부담에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부실채권이 누적되는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 PF 대출도 위험의 진앙으로 꼽힌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후 저금리 시기에 캐피탈사들도 각종 부동산 PF 사업에서 주요 자금 공급 역할을 맡아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충당금이 당장 부족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앞으로 부실이 더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소형 캐피탈사 중에서는 위기가 가시화할 수도 있는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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