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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관치금융' [기자수첩-금융증권]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4.08.07 07:00 수정 2024.08.07 07:00

금리인하·집값 상승 기대에 가계대출 폭증

DSR 2단계 시행 연기돼 막차 수요 몰려

'관치 금리'로 인위적 시장 개입 나섰지만

대출 수요 여전…"은행 배만 불렸다" 지적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집값 상승 기대에 주택 매수 수요가 몰린 탓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은 안정을 잃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주 연속 오름세다. 문재인 정부의 2020~2021년 집값 급등기 '패닉 바잉(공포 매수)'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당시 정부는 집값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소평가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3040세대 다수는 내 집 마련의 적기를 놓치고 한순간에 '벼락 거지'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전 정부에서 집값 트라우마를 겪은 탓일까.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3040세대는 주택 매수를 위해 '영끌'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명확한 주택 공급 신호를 보냄으로써 과열을 진정시켜야 하지만 관련 대책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헛발질이 주택 매수 수요를 부채질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지난달 시행하려 했다. 하지만 돌연 시행일을 두 달 뒤로 늦추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이 기간을 놓치면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불안 심리를 자극했고 대출 막차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 현재까지도 가계대출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은행을 통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시장 개입을 선택했다. 소위 '관치 금리'로 폭증하는 가계대출 수요를 꺾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점검하겠다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도록 에둘러 압박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내리고 있는데도 대출금리만 올라가는 시장 역행이 발생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대출 수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와 달리 대출금리의 인위적 상향 조정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의 예대마진을 지적했던 금융당국이 되레 은행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 셈이다. 당국이 '관치 금리'와 같은 실효성 없는 뗌질식 처방으로 눈속임할 게 아니라 선명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안정화 의지를 보일 때 시장도 반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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