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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에 한 풀 꺾인 강달러…美 연준 9월 '빅컷' 기대감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08.07 06:00 수정 2024.08.07 08:08

증시 폭락·환율 1360원대 등락

미국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들썩이는 집값에 한은은 '고심'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의 고용 지표 결과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강달러 기조가 한 풀 꺾이고 있다. 14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한동안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빅스텝(0.5%p 금리 인하)을 단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한은은 금리 인하에 앞서 치솟는 집값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4.8원 내린 1370.0원으로 출발해 장중 1360원대 후반에서 등락했다. 위험회피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주식과 엔화 등이 반등하자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은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하락세를 탄 것은 미국발(發) ‘R(Recession·침체)의 공포’ 영향이다. 지난 1일 미국의 제조업이 위축세로 전환했다는 소식과 함께 2일에는 미국의 실업률이 4.3% 까지 오르면서 시장에는 급격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퍼졌다.


지난 7월 미국의 신규고용은 11만4000개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은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악화한 경제 지표가 나오자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주요 기업 실적 악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등으로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급락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비농업 고용 쇼크가 촉발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달러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가치 하락이라는 대세적 흐름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R의 공포 직격탄에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지난 2일 한국 코스피 지수는 101.49포인트(3.65%) 급락한 2676.19에 장을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당시인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하락)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이어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가파르게 낙폭을 키우며 2600선과 2500선을 차례로 내줬다.


오후 2시 14분께는 8% 넘게 내리며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거래가 20분간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정부는 전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관건은 향후 연준의 행보다. 시장에서는 고용 쇼크와 인공지능 거품론에 직면한 미국이 오는 9월 빅컷까지 고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고용지표 발표 직후 미국이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15%에서 25%로 올렸다. 씨티은행은 연준이 9월과 11월 각각 0.5%p씩, 12월에는 0.25%p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정책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는 연준의 9월 빅컷 가능성을 80% 가까이 끌어올렸다. 미국 투자사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벌 투자전문가는 “시장은 사실 여러 가지 불안요소를 떠안고 있었고 투자자들이 최근 이를 알아채기 시작했다”며 “고용 지표 등은 촉매제 역할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압박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흔들리게 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치명타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실물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한은은 당국의 가계 부채 규제 강화와 시장 영향 등을 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AP=뉴시스

특히 들썩이는 집값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 위원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이후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 진정세 등을 확인한 뒤 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혹은 11월에 한 차례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최근 각국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미 연준의 피봇 이전에 우리나라의 금리정책 기조의 변화가 가능한지를 면밀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고금리를 유지해야 할 경우, 시장의 고금리가 내수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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