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로금 달라'는 삼성 노조, 교섭 결렬에 이재용 집 앞서 "책임져라"
입력 2024.08.01 12:40
수정 2024.08.02 11:24
'200만원 파업 위로금 요구'에 교섭 결렬
1일 이재용 회장 자택 앞 찾아가 "책임져라"
교섭 지위 5일까지 유효, '연대 투쟁' 예고
사흘간 이어진 삼성전자 노사의 집중 교섭이 끝내 결렬됐다. 사측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기존 요구안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노조가 '200만원 상당 직원 전용 쇼핑몰 포인트 지급' 등을 추가로 요구하며 접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전삼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전삼노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요구는 과한 것이 아니다. 사측은 노조 탄압을 멈추고, 이재용 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임금교섭 결렬이 '무노조 경영 폐기'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사측의 일방적인 교섭은 무노조 경영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전삼노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지속되는 25일간의 파업 기간 동안 노조의 임금 인상은 무시하고, 파리 올림픽에 300억 가량의 스마트폰을 증정하고 인도 억만장자 결혼식에 참여한 이재용 회장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인권단체, 학계, 법조계, 국회 등과 더 큰 연대를 통해 싸울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앞서 지난 31일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29일부터 이어진 2박3일간의 릴레이 교섭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협상 중 일부 안건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며 극적 타결에 근접했으나 막판 전삼노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 지급을 요구하면서다.
사측은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2024년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성과급 제도 개선 △노조원 대상 0.5% 임금 추가 인상 등을 담은 노조의 요구안에 일정 부분 상응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사측이 우회적으로나마 노조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전삼노는 교섭 막판에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받기 위한 방법으로 현금성 포인트 지급을 요구했을 것으로 본다"고 해석하고 있다.
노조의 해당 요구는 사측이 고수해온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전삼노 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위배가 명백한 불법임을 잘 알고 있다. 향후 이를 고려해 조합원들의 지침을 상세히 다시 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전삼노가 과도한 요구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지적은 물론, 교섭 결렬 책임을 되레 회사로 돌리면서 애꿎은 파업 참여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단 분석이 나온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임금 손실이 불어나면서다. 지난달 8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적어도 대리급은 400만원, 과장급은 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당분간 전삼노는 기타 단체들과의 연대 형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5일자로 전삼노의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만료되는 탓에 쟁의권을 잃어 합법적인 파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4노조인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다른 노조가 교섭권을 요구할 경우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편, 사측은 지난 31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당사 고객 물량 대응에 문제가 없다.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