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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살충제 사건, 수사 장기화 이유는? [법조계에 물어보니 461]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07.31 05:09 수정 2024.07.31 10:07

15일 살충제 음독 사건 발생 이후 보름째 범인 파악 난항…피해자 1명 30일 숨져

법조계 "사건 발생 당시 음독 아닌 식중독 사건으로 판단…초기 수사 더 늦어졌을 것"

"시간 오래 지나 현장 훼손 클 것…피해자 대부분 고령이고 건강 안 좋아 수사 더욱 난항"

"유일하게 커피 안 마신 피해자, 증상 늦게 발현되고 사망까지…전모 밝히기 더욱 어려워져"

경북경찰청 감식반이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연합뉴스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경로당 살충제 음독 사건 피해자 중 1명이 30일 사망한 가운데, 경찰이 수사 포위망을 좁히고 있지만 보름째 용의자조차 특정되지 않아 사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사건 발생 당시 음독이 아닌 단순 식중독 사건으로 판단한 까닭에 초기 수사가 늦어졌을 것이고 피해자들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건강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5명의 피해자 중 유일하게 커피를 마시지 않은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전모를 밝혀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85)씨가 사망했다. A씨는 사건 발생 나흘 째인 지난 18일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왔다. 피해자 5명 가운데 3명은 최근 병원에서 퇴원했다. 현재 안동병원에는 A씨 외에 사건 발생 첫날 호흡 곤란과 심정지 등을 보여 이송된 B(69)씨도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피해자들이 함께 마셨던 믹스커피로 보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은 사건 당일인 지난 15일 봉화읍 한 음식점에서 보양식을 먹은 뒤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신 까닭이다.


하지만 30일 숨진 A씨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주변인 진술도 나왔다. 이 할머니는 사건 발생 3일 뒤인 지난 18일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같은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A씨를 제외핰 할머니 4명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A씨에게서는 살균제 성분도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의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용의자를 특정한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최초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엔 경찰, 의료기관 모두 음독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당초 식중독으로 추정됐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피해자 5명의 위세척액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때부터 음독 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초기 수사 단계부터 음독 사건 임을 빠르게 파악해 관련 수사를 이어나갔다면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겠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숨진 피해자 A씨 빈소 전경.ⓒ연합뉴스

그러면서 "초기 수사가 늦어지고 사건 이후 시간도 오래 지난 까닭에 현장 훼손이 많이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피해자 조사도 해야 하는데 피해자들 대부분 70~80대 이상의 고령이고 건강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수사가 더 난항을 겪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현재 어떤 성분이 검출됐는지는 전부 확인됐지만 어디서 어떤 음식을 섭취했는지 모르기에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결과는 나왔지만 원인을 모르는 상황인데 이 경우 검안이나 검시가 아닌 수사를 통해서 밝혀내야 할 문제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음독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지 않고 빠르게 나타나는데 5명의 피해자 중 유일하게 커피를 마시지 않은 피해자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사흘이나 지나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며 "게다가 이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전모를 밝혀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수사 속도를 높이려면 CCTV를 통한 사건 당시 관계자들 동선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하며 원인이 된 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됐는지도 추적해야 한다.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인 까닭에 원한 관계를 추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러한 강력범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전모가 드러난다. 향후 경찰의 수사 방향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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