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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올해 원윳값 동결했지만…“관세철폐‧대체음료 ‘산넘어 산’”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07.31 07:50 수정 2024.07.31 07:51

흰우유 재료 '음용유용' 가격 유지

가공유 가격은 L당 5원 인하

유업계, 그럼에도 부정요소 ‘가득’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리터당 88원 올랐던 우유 원유(原乳) 가격이 올해는 동결됐다. 원윳값 인상 폭을 두고 우유업계와 낙농가가 한 달 넘게 협상을 이어온 끝에 나온 결과다. 그러나 유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용도 별로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흰 우유 같은 신선 유제품에 사용하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현행 1리터당 1084원으로 유지한다. 치즈와 분유 같은 가공 유제품에 쓰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1리터당 5원 인하한다.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윳값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26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 우유 원유 가격까지 오르면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올해는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원윳값이 동결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낙농업계와 유업계는 2020년 원윳값을 리터당 21원 올리기로 결정했으나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적용을 이듬해로 미루면서 사실상 동결했었다.


유업계는 매년 원윳값이 정해지면 이를 토대로 우윳값을 조정해 왔다. 올해는 원윳값을 올리지 않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우윳값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우유와 연관된 다른 가공식품은 물론 카페 음료 등 외식 물가도 함께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원윳값 동결에는 유업계의 요구도 있었지만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엄중한 물가 상황을 감안해 생산자, 유업체 협력을 통해 원유 기본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 유업계 둘러싼 대내외 부정적 영향 산적


유업계는 올해 원유값이 동결됐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저출생 등 여파로 국내 우유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황 악화에 따른 유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7529억원이던 국내 흰 우유 시장은 매년 위축돼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1조6000억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유 소비 감소에도 외국산 우유 수입은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톤에서 작년 3만7407톤으로 3년 새 226%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6700톤을 기록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5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산 우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싼 가격 때문이다. 대규모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폴란드,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우유는 L당 가격이 1500~1600원으로 국내산의 절반 정도다. 국산 우유 가격이 매년 오르는 사이 값싼 외국산 우유가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업계에서는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면 유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산·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11~13% 수준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식품 기업들이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대체우유까지 개발하고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콩, 귀리, 아몬드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음료로 우유를 대신하는 식물성 ‘대체유(乳)’ 시장에 쌀로 만든 대체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대체유는 국산 가루쌀 등 100% 식물성 원재료로 만들어 기존 우유 섭취 시 겪을 수 있는 유당불내증(우유에 함유된 유당을 제대로 분해해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 걱정 없이 섭취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없고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 유업계, 미래먹거리 발굴에 ‘속도’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등 주요 유업체는 기능성을 강화한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한편 단백질 보조제, 식물성 음료 등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흰 우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는 5년간 연구개발 끝에 지난 4월 A2 우유를 출시했다. A2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구성이 모유에 가까워 소화율이 높다. 서울우유는 2030년 모든 유제품에 A2 원유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매일유업은 2018년 성인 영양식인 '셀렉스'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건기식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설립했다. 내부에서는 메디컬푸드사업부가 환자식, 고령친화식 제품 생산을 맡아 매출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건강기능식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 건기식 발효유 제품인 '이너케어'를 출시한 이후 2022년 고함량 완전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 밸런스'를 출시하고, 올해는 부스터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 프로'를 출시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학급당 학생수도 적어지고, 우유 희망 학생들 역시 매년 감소하고 있어 우유 소비량을 늘리고 급식을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카페 등 특수처 경로 및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개발에 속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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