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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 스며든 북한의 오물풍선 [기자수첩-정치]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4.07.30 07:00 수정 2024.07.30 07:00

정부, '도발 수위' 높이는 北에도 일관된 태도

또다시 맞대응…'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 결정

'대북 방송' 더 큰 도발만…새로운 대응책 재빨리 내놔야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보낸 24일 저녁 서울 중구 하늘에서 오물풍선이 떠다니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오물풍선을 살포한 지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60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지내온 탓인지 이 쓰레기 풍선은 술자리 안주거리가 될 만큼의 신선함과 화제성은 잃어버리고, 우리 일상에 자연스러운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10차례에 걸쳐 살포된 오물풍선으로, 스마트폰에서는 재난문자가 낮이고 밤이고 울려댔지만 달라진 것은 오물풍선을 대하는 시민들의 마음가짐 뿐이었다.


오물풍선과 함께하는 익숙한 일상을 만들어준 원인을 따지자면 정부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꿋꿋이 던지는 것과 같이 정부도 초기와 별 반 다를 것 없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소극적인 정부에 정치권에서조차 들고 일어나질 않으니 덕분에 시민들은 오물풍선 낙하가 단지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해프닝처럼 '오늘은 오물풍선이 어디 어디에 떨어졌대'라고 한 마디를 던진다면 평화로운 일상을 지낼 수 있게 됐다.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이렇게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 행위는 단순한 정치적 긴장을 넘어 국민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이제는 누구도 이를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물풍선이 단지 '오물'에 그쳤다면, 남북간 긴장에 아랑곳않는 정부의 태도를 그냥 지나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한낱 쓰레기에 불과했던 오물풍선에 기폭장치까지 달았다면 말은 달라진다.


지난 24일 북한이 살포한 쓰레기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터지면서 불꽃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장비 11대와 인력 28명을 투입해 약 25분 만에 불을 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물풍선은 대통령 관저를 노리고, 적중률은 96%에 육박해졌다. 북한의 도발수위는 점점 선을 넘고 있다.


북한이 재차 오물풍선을 날려 보낸 24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 인근 인도에서 한 주민이 풍선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쇄물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북한은 한층 달라진 도발을 통해 지나친 '존재감'을 내뿜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기존 입장에 대한 변화가 없다며 같은 소리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란 일관된 답변과 함께 우리 정부는 꼿꼿한 모습을 유지하기 바쁘다.


물론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합동참모본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군은 전방에 설치된 고정형 확성기에 이동식 대북 확성기까지 총 40개의 확성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북방송은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실효책이 될 수 없단 것이다. 두 달 동안 남북 간의 주고받는 일련의 유치한 싸움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북방송이란 '맞대응'은 더 큰 도발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감수하고 있다.


이제는 뚜렷한 묘수책을 내놔야 할 때다. 간지러운 부위만 쏙쏙 피하고 긁는 겉핥기 식 대응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는커녕 불안감조차 해소시킬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무임에 따라 대책 마련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 지름길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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