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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보다 더 볼만한 MBC 쟁탈전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7.29 07:07 수정 2024.07.29 07:07

최민희, 파리 목숨 이진숙 사흘간 가지고 놀아

민주당의 필사적인 극 친야 방송 MBC 지키기 짜증

의원들 대전 MBC 현장 검증, 의문사 현장인가?

임명 즉시 날아갈 이진숙 투혼에 경의, 측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글 제목을 보고 의아해할 독자들을 위해 설명이 좀 필요하다.


MBC 쟁탈전이라 함은 겉으로 드러난 양상만 보고 칭하는 양비론적 용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


소위 공영 방송이라는 ‘바이든-날리면’ MBC가 극단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고,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 여당에는 사사건건 비난하면서 흠집을 내는 보도로 일관한다는 건 만인이 다 알고 있다.


그런 방송이 된 것은 민노총이 오래전에 보도국 기자들과 간부들을 장악한 데다 이 회사가 사실상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군사 정부 시절에 이 방송을 정권의 시녀로 부리려고 사단법인에 넘긴 것이 역설적으로 노조가 영구 장악을 할 수 있는 취약한 운영 구조가 됐다.


이명박-박근혜 때는 잠시 균형이 취해지기도 했다. 경영진과 보도진이 보수 성향 인사들로 바뀌어서다. 그러나 문재인 이후엔 민노총과 민주당이 이 MBC 권력을 죽어도 놓치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오늘날의 이 사달이 나고 있다.


권력의 단맛, 진보좌파 세력을 막무가내로 찬양하고 지원하는 공중파 스피커의 안락함에 MBC와 야권이 모두 취해 있기 때문이다. 그 금단현상과 절대적 원군이 사라진 이후 단 몇 % 포인트라도 떨어질 여론조사 수치가 그들은 두렵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때까지 진보와 보수가 정권을 교환한 세 차례 MBC 사장은 비정상적으로 교체됐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먼지를 털어 파렴치범으로 몰아 쫓아냈다. 악랄한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여야가 비슷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그 강제 교체극에 제동이 걸렸는가? 진보좌파는 강해지고 보수우파는 약해졌기 때문이다. 권력 맛을 보고 외연을 넓히는 한편 내부 결속력을 한층 강화한 쪽에 세(勢)가 졸아든 쪽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게다가 사법부가 저쪽으로 넘어갔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최소한 많이 기울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뭐 좀 하려고 하면 판사가 퇴짜를 놓는다. 이재명 구속 영장 기각과 방문진(MBC 경영 기구) 이사장 권태선의 해임 가처분 승소가 그런 예들이다.


이 권태선이 살아남으로써 尹 정부의 공영 방송 정상화(민주당은 장악이라고 주장) 작업이 험난해졌다. 강제 교체 대신 임기 종료 후 교체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사생결단으로 나섰다. MBC 사장을 결정할 방문진 이사진 선임 권한을 가진 방통위원장이 지명되기만 하면 탄핵 겁박으로 자진 사퇴시켰다.


그래서 국회 과방위원장 최민희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간의 3일 대첩이 벌어진 것이다. 재야 언론 단체 출신, ‘여자 정청래’ 최민희는 ‘이재명은 성공한 전태일’ 등의 아부 발언에서 보듯 지독한 편향성으로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됐으나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거부당했다.


그녀는 인생은(정치적 출세는) 새옹지마란 걸 실증했다. 방통위 입성이 저지당함으로써 이재명 공천으로 총선에 나가 금배지를 달았다. 그리고 언론을 주무르는 과방위의 정청래가 됐다.


이진숙의 뇌 구조를 문제 삼은 상식 밖 수준을 드러낸 그녀는 과방위 청문회를 방통위원 탈락 보복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진숙은 윤석열이 청문 보고서와 관계없이 임명하더라도 즉시 탄핵 소추될 운명에 있다. 파리 목숨이다.


최민희는 이 파리 목숨의 같은 여자를 총리 지명자보다 더 긴 3일을 끌며 가지고 놀았다.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하며 꿋꿋하게 사흘을 버틴 이진숙에게 경의와 함께 측은지심을 갖게 된다.


민주당 과방위 의원들은 이진숙이 과거 보수 정권 시절 사장으로 재직한 대전 MBC로 몰려가 빵값 법인카드 부정 사용 증거를 찾겠다고 현장 검증이란 걸 했다. 1000만원이 넘는 국민 세금 받는 자들이 할 일이 없어 이런 쇼를 한다. 대전 MBC가 5공 시절 의문사 현장이라도 되나?


MBC는 장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돼 있다. 사장을 보수우파 인사로 앉힌다 한들 들리지도 않는 녹음 소리에 미국 국회(의회의 오기) 자막을 달고 대통령에게 슬리퍼 삿대질 항의를 하는 기자들이 수두룩한데, 이걸 금방 친 보수우파 방송으로 전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도 이걸 안다. 알면서도 정권을 잡았으니까 그대로 둘 수는 없고 바꿔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임기 절반이 지난 다음에….


사장, 보도본부장, 정치부장, 사회부장 등 간부들을 이쪽 사람들로 돌려놓으면 윤비어천가는 아닐망정 덜 심하게 치우친 보도를 하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방통위원장 인해전술을 쓰고 있다.


인해전술 3라운드인 이진숙이 날아가고 4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어떻게든 MBC 정상화(사장 교체) 작전을 마치는 게 윤석열 정부의 목표다. 민주당이 탄핵 발의를 할 때까지 잠복해 있다가 국회에 보고되기 직전 전광석화로 일을 해치워 버리는 거사다.


MBC를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싸움은 동네 남자 둘이 내기 바둑을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서로 수를 빤히 읽고 있다. 저쪽 상대가 어디에 다음 돌을 놓을지 이쪽 남자는 안다. 그가 거기에 돌을 놓지 못하도록 손을 짚어 막는다. 그는 그 남자 손등에 돌을 찍고 이겼다고 만세를 부른다.


이래서 파리 올림픽보다 더 흥미롭다고 하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 참담하고 부끄러운 인해전술의 승자이고 패자일 것인가?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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