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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D-100] '후보 교체 돌풍' 해리스, 트럼프 넘어서나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4.07.28 06:34
수정 2024.07.28 09:43

'기회' 잡은 민주당 vs 발등의 ‘불’ 공화당

해리스 “이혼한 모친, 매일 일해” vs 트럼프 “유복한 유년기”

진보적 검사 vs 공격적 사업가

후보 교체 뒤 경합주 5곳 판세…"해리스 상승세"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뉴시스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대선은 매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은 특히 더 뜨겁다.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벌어진 까닭이다.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다치는 일이 벌어졌고, 재선에 도전하던 현직 대통령이 후보직을 내려놓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회' 잡은 민주당 vs 발등의 ‘불’ 공화당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후보가 대권 도전을 그만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달 27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우려를 낳은 바이든 대통령은 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이를 이겨내지 못한 그는 결국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힌 후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해리스 부통령을 다음 대선 주자로 사실상 확정 지었다. 당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해리스 캠프에 합류했고 주요 민주당 인사들도 속속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의 등장으로 민주당에 후원을 끊었던 거액 기부자들 또한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해리 리드 국제공항을 출발해 델라웨어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미 대선의 판도는 요동치고 있다. 패색이 짙던 민주당에는 기회가 찾아왔고 승기를 잡았던 공화당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전 약 5% 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던 대선 후보 사이의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내로 들어왔다. 심지어 일부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정치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컨벤션 효과(큰 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급등)덕이라고 대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이유를 찾았다. NYT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검사 출신의 아시아계 흑인 여성 정치인이 잘 알려진 부동산 사업가 출신 백인 남성 정치인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호감도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특히 전혀 다른 이들의 인생이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해리스 “이혼한 모친, 매일 일해” vs 트럼프 “유복한 유년기”


두 후보는 성별과 인종이 다를뿐 아니라 살아온 인생 역정도 상반된다. 우선 해리스 부통령은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1964년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자메이카 출신의 경제학자이고 모친은 인도 출신의 유방암 연구자다. 두 사람 모두 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시련은 유년기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부모가 7세에 이혼하자 12세 때 모친을 따라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모친은 자신이 나와 여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며 “어머니는 주말에도 일하며 우리를 키웠다”고 회상했다.


어린시절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동생 마야 해리스(가운데), 어머니 샤마나 고팔란. ⓒBBC 홈페이지 캡처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부 뉴욕주에서 1946년 태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계 이민 3세로 그의 할아버지인 독일 출신의 프레더릭 트럼프가 1886년 미국에 건너와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시작한 트럼프 일가는 1930~40년대 큰 성공을 거두어 부동산 재벌에 등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고 자주 말한다. 그의 말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퀸즈 지역 부촌 마을에 위치한 대저택에 살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부족함 없었던 나는 유년 시절 좋게 말하면 패기있는 어린이였고 나쁘게 말하면 선생님에게 주먹질도 하는 괴짜였다”고 설명했다.


진보적 검사 vs 공격적 사업가


여의치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1982년 워싱턴DC에 위치한 명문 흑인 대학교인 하워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하워드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헤이스팅스에서 로스쿨 과정을 시작했다.


로스쿨 졸업 뒤 1990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해리스 부통령은 이후 약 30년 동안 검사로 일했다. 그는 스스로 ‘진보적 검사’라고 규정하며 아동 학대 사건과 가정폭력 사건을 주로 다뤘다. 이후 그는 샌프란시스코 검찰청장에 올랐고 2011년 흑인으로선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에 선출됐다.


미국 뉴욕 육군 군사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데일리비스트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엄격하기로 유명한 뉴욕 육군 군사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의외로 군사학교에서 적응을 잘했던 그는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포덤 대학교에 진학했다가 2년 후 명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경제학과에 편입해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아버지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트럼프 매니지먼트 브루클린 지부에 입사했다. 사업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회사에서 빠르게 인정받았고 1971년 25세의 나이로 회사의 전권을 물려받았다. 회사의 전권을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도시 외곽에 겉돌던 회사 사업을 맨해튼 중심지로 끌고 들어왔고 이것이 크게 성공해 회사 규모가 배로 늘어났다.


후보 교체 뒤 경합주 5곳 판세…"해리스 상승세"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에게 공통분모가 생긴 것은 2016년의 일이다. 정계와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이 같은 해에 처음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같은 해, 같은 날 치러진 선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각각 당선됐다.


정계에 발을 들인지 10년도 채 안된 두 사람은 이제 대통령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승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잡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일으킨 돌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경합주에서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잘 알려진 대로 간접 선거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선 경합 주의 판세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미 언론은 이번 선거에서 5곳(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경합 주로 분류하고 있다. 올 초까지 네바다와 노스캐롤라이나도 경합 주에 속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주에서 지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두 주는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현재 공화당 우세 지역의 선거인단 총합은 251명, 민주당은 226명이다. 당선을 확정하는 선거인단 수가 270명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명을, 해리스 부통령은 44명을 더 확보해야 한다.


경합 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곳은 펜실베이니아(19명)다. 그다음이 조지아(16명), 미시간(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만 승리해도 당선이 확정된다. 현재 그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기를 잡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지율이 동률로 나오는 일부 여론조사도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25일 발표한 2024년 대선관련 여론조사 결과. ⓒ에머슨대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후(지난 21일), 경합 주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25일 발표된 더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8%를, 해리스 부통령은 46%를 기록했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수치다. 애리조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를 기록해 지지율 44%를 받은 해리스 부통령을 크게 따돌렸다. 또 조지아와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48%, 46%의 지지율을 기록해 46%, 45%를 기록한 해리스 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질렀다. 위스콘신에선 두 후보 모두 지지율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한편 폭스뉴스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펜실베이니아 지지율은 49%로 동률이다. 특히 폭스뉴스는 제3의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포함된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펜실베이니아 지지율이 45%로 집계돼, 트럼프 전 대통령 43%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미시간에서도 49%로 동률을 기록했다. 위스콘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의 지지율을 받아 49%의 지지율을 받은 해리스 부통령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더힐은 “젊은 여성들과 소수인종 등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평균 3~4%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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