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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자산 절반 '부실의 늪'…PF 충격 '최전선'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7.29 06:00
수정 2024.07.29 06:00

고정이하여신비율 평균 52.8%

'부실 대신 책임' 책준형 리스크

시장 구조조정 예고에 긴장 고조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품고 있는 자산 중 절반 이상이 부실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신탁사가 대신 짊어지기로 한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이 부실의 최전선에서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정부가 부동산 PF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이에 따라 수면 아래 부실이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14개 모든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52.8%로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들고 있는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부동산신탁사별로 보면 한국자산신탁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1.3%로 같은 기간 대비 41.0%p 오르면서 최고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신한자산신탁이 74.5%로, 우리자산신탁이 64.4%로 각각 42.0%p와 35.3%p씩 상승하면서 해당 수치가 높은 편이었다.


나머지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교보자산신탁 61.9% ▲코리아신탁 56.9% ▲하나자산신탁 55.2% ▲코람코자산신탁 51.4% ▲KB부동산신탁 49.2% ▲대한토지신탁 48.1% ▲한국토지신탁 45.9% ▲대신자산신탁 43.1% ▲무궁화신탁 41.9% ▲한국투자부동산신탁 33.1% ▲신영부동산신탁 13.7% 등 순이었다.


부동산신탁사 고정이하여신비율.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액수로 놓고 봐도 부동산신탁업계에서의 부실채권은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2배 넘게 늘었을 정도다. 조사 대상 기간 부동산신탁사들이 떠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3조4539억원으로 102.8%나 증가했다.


이같은 자산 건전성 악화 배경에는 신탁사의 보증을 기반으로 부동산 PF 대출을 일으키는 형태의 책준형 토지신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PF 사업에서 시공 건설사의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을 때 신탁사가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계약이다.


책준형 투자신탁은 신탁사가 준공 기한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확약이 따르는데, 부동산 활황기에는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일반 신탁 대비 보수가 높아 신탁사 입장에서는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최근 고금리와 미분양 등으로 부동산 PF를 맡은 건설사들이 흔들리자, 그에 따른 불씨가 책준형 토지신탁을 타고 부동산신탁업계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공사가 지연되고 미완성되는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신탁사가 공사 기한을 책임지고 맞춰야 하거나 대출 금융기관에 발생한 손해를 대신 배상해야 하는 케이스가 늘어난 것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칼을 꺼내 들면서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작업에 착수하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 중 5~10%는 실제 부실 우려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사업장 전체 규모가 230조원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위험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새롭게 마련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본격 적용하면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개선안의 최초 평가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국의 약 30%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를 둘러싼 각종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서 중소 금융사들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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