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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부추기는 중독…멈출 수 없는 도파밍 [도파민 탐닉 사회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7.24 14:02 수정 2024.07.24 14:02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 인기 끌자 무속인·역술가까지 등장

“시청률 쫓는 자극적 콘텐츠...생산·교육적 콘텐츠로 흥미 유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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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부터 예능, 영화, 음반 등 장르를 불문하고 미디어 콘텐츠 회사들은 각종 ‘도파민’을 내세운 홍보용 보도자료를 뿌려댄다. 과거 운동과 음식 등 주로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서 쓰이던 단어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숏폼을 지나 영화, 음악, 드라마 등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도파민을 내세운 ‘도파밍’(Dofarming) 마케팅에 주목하는 건, 이것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게임 용어인 ‘파밍’(Farming)의 합성어인 도파밍은 사람들이 재미와 즐거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현상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도파민이란 단어 언급량이 2022년 1월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KB경영연구소도 최근 ‘재미와 경험을 쫓는 소비자들, 지금은 도파밍(Dofarming) 시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도파밍이 트렌드로 부상한 현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영상 미디어들은 앞다퉈 대중의 이 같은 트렌드를 부추기고 또 충족시킨다. 특히 방송가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 적극적이다.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SBS ‘신들린 연애’는 퇴마 전문 무당 등의 출연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속인과 역술가 등으로 이뤄진 8명의 출연진이 서로의 운명의 상대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앞서 ‘솔로지옥’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면서, 출연 대상에 있어서 더 흥미를 끌고 자극이 센 ‘무속인’으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김재원 CP는 “발칙한 기획안을 읽자마자 도파민이 확 돌았다”면서 “처음 OTT 플랫폼 공개를 목표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방송사 내부에서 ‘해볼만 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정규 편성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SBS

김 CP의 도파민을 자극하면서 프로그램 론칭으로까지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대중의 도파밍 트렌드를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을 얻는다. 이 프로그램은 키워드 트렌드 랭킹 서비스인 랭키파이가 최근 발표한 7월 1주차 연애 예능 프로그램 순위에서 5만 1374포인트를 기록해 최고 인기 연애 리얼리티로 꼽히는 ‘나는 솔로’(2만 6803포인트)를 밀어내고 1위에 등극했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7월 1일부터 7일까지 조사한 누적 시청시간에서도 방송 3주차만에 5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나는 솔로(7위)를 앞섰다.


SBS 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리얼 연애실험실 독사과’는 애초에 도파민 자극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작했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갖 사랑이 판치는 도파민 집합소 ‘독사과’”라고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기획의도에 맞게 ‘실험 카메라’라는 아이템은 요즘 세대에 맞게 변형시킨 리얼 실험 카메라 예능이다. 연인이 다른 이성의 플러팅에 넘어가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근엔 도파민을 자극하는 동시에, 경고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게임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참가자들은 점점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관찰자들의 흥미를 끌려 하고 이는 곧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요소다.


동시에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수록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고 수익도 많아지는 요즘 미디어 세상의 참상을 ‘더 에이트 쇼’는 직격한다. 한재림 감독 역시 “‘조회수를 많이 올리려면 어디까지 해야 되는 건가’ ‘난 영화를 만들 때 관객들과 어디까지 소통해야 하나’ 등의 고민을 담아 만들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넷플릭스

극중 3층 역을 연기한 배우 류준열 역시 인터뷰에서 “도파민만 추구하다 보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불편한 장면을 넣음으로써 ‘이렇게 했는데도 즐거우면 괜찮을까?’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 걸까’하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불편함을 느낌으로써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지만, 도파민을 자극함으로써 도파밍 중독 사회를 경계한다는 의도를 폭력으로써 폭력을 비판하는 형태로 그려내면서 일각에선 현 사회를 투영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방송가는 도파밍 중독에 빠진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매체”라며 “단순히 트렌드에 쫓는 것을 넘어 과도한 자극성과 선정성이 과연 윤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김소울 플로리다 마음연구소 대표는 “미디어는 심리 및 의학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도파민 중독의 위험성과 건강한 도파민 활용법에 대한 신뢰가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또 시청률을 쫓는 자극 위주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생산적이고 교육적인 콘텐츠를 흥미롭게 제작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디어 내에 갇히는 사람들을 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한 오프라인 활동을 안내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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