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대출 미끼로 '휴대폰깡'…4년간 64억 챙긴 일당 157명 검거
입력 2024.07.17 01:01
수정 2024.07.17 01:01
단말기는 장물업자·유심은 범죄조직에 팔아넘겨
휴대폰 명의자 대부분은 할부금 못갚고 신용불량자로 전락
소액 대출을 미끼로 이른바 '휴대폰깡'을 유도해 대포폰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휴대폰을 개통한 후 명의 대여자에게는 소액의 금전을 지급하고, 휴대폰은 장물업자에게, 유심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따로 팔아넘기는 수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는 범죄집단 조직·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책 A씨 등 157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출 희망자들의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후 넘겨받은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판매하고 유심은 범죄 조직 등에 유통해 6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대구·경북 일대에 50개의 대부업체를 등록해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한 뒤 인터넷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소액 대출 희망자들에게 휴대폰깡을 제안했다.
대출 희망자들은 130만∼2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전화를 개통해 넘기고는 40만∼100만원을 받았다. 범행에 이용된 휴대전화의 명의자는 2695명으로, 이들 중 약 63%는 할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넘겨받은 휴대전화 3767대를 장물업자에게 팔았다. 이들이 유통한 유심 중 172개는 실제 보이스피싱, 불법 리딩방 등 각종 사기 범죄 278건에 이용돼 약 339억원의 재산 피해를 낳았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59억83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확인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일어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이용된 불법 유심의 개통,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휴대폰깡 범죄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검거한 피의자 중 휴대폰깡 조직에 가담한 이들은 총책 10명을 포함해 14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형법상 '범죄집단'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는 단일 사건 중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심무송 피싱범죄수사계장은 "휴대폰깡은 실제 할부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아 가기 때문에 명의자들의 신용 상태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을 신청했는데 휴대전화 개통을 유도한다면 100% 휴대폰깡 범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