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찢겨졌다는 당원들, '이 질문'에는 한목소리? [與 TK 합동연설회]
입력 2024.07.14 07:00
수정 2024.07.14 09:48
'TK 대권주자' 이재명 여론 물었더니
안동 출신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알아…
"사람만 보면 그리 나쁘단 생각은 안해"
긍정 반응 있었지만 부정 반응이 다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세 번째 권역별 순회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이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당권 재도전에 나선 이재명 전 대표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경북 안동 예안 태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의 절대적인 표 몰아주기를 바탕에 깔고 영남 출신 대선후보를 내서 영남 표심의 일각을 깨뜨려 집권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수권 전략이다. 부산·울산·경남 출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전략으로 당선된 반면,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대구에서 21.6%, 경북에서 23.8%의 득표에 그치며 분루를 삼켰다.
차기 대선 재도전을 굳게 마음먹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연고지 대구·경북에서의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는 그간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던 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져올 수 있을까.
12일 국민의힘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역시 정치고관여층이라 그런지 이재명 전 대표가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개중에서는 꽤나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대구 달서구에 살고 있다는 이모(52·여)씨는 대번 "(이 전 대표는) 안동 출신이잖냐. 안동 출신"이라며 "나는 민주당의 뭐 이렇게 나눠주겠다는 정책도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하고, 이재명도 사람만 보면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은 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당면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냐 아니냐를 놓고 '찢기고 갈라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던 지지자들도 이 전 대표에 관한 질문에서는 혼연일체가 돼서 한목소리를 내기 일쑤였다.
지금은 대구에 살지만 이 전 대표의 출생지 경북 안동 출신으로, 본관도 안동이라는 권모(71·남)씨는 "서울 가면 조카들은 다들 '이재명 지지한다'고 한다. 작은아버지로서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재명이 가는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 똑똑하긴 하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지지하고 싶어도 사람 같지가 않게 아주 야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경북 안동에서 왔다는 황모(56·여)씨도 "안동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피하다"며 "우리 지역에는 지역에만 오래 사신 어르신들이 많은데, 물론 안동에도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재명의 안동 파는 행태에는 동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비한 갈리면서도 李에는 한목소리
안동에서 온 사람 "안동 팔지 않았으면"
"김정은만 바라보고 중국에 '셰셰'할까"
"쪽팔리다" "부끄럽다"는 짧은 반응도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들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대구·경북 지역민들도 있었다.
엑스코가 위치한 대구 북구에 살고 있다는 이모(67·여)씨는 "이재명 (전 대표)은 진작에 구속당했어야 할 사람인데 저렇게 백주대낮에 돌아다니고 있다. 전부 '구속시켜야 한다'고들 한다"며 "다들 정말 그 사람이 혹시 대통령 될까봐 매일매일 걱정한다"고 주변의 여론을 전했다.
경북 예천에서 왔다는 남모(71·남)씨는 "대장동 사건 모르냐. 범죄자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다. 김정은만 바라보고 중국에 '셰셰'할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이곳 TK 출신의 이 전 대표'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거부감을 보이는 반응도 있었다.
경북 경산에서 온 김모(58·여)씨는 "창피하다. 안동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실과 반대되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이재명 (전 대표의) 말을 진실로 생각하고 본받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경북 영주에서 왔다는 김모(57·여)씨는 "(이재명 전 대표가 TK 출신이라는 게) 쪽팔린다"고 짧게만 답한 뒤, 더 이상의 언급은 거절했다. 마찬가지로 경북 경산에서 온 김모(32·여)씨도 "그분이 TK라고 하던데 우리 지역이다보니까 부끄럽다"며 "그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특별히 이재명 전 대표에 관한 호불호의 감정 표현 없이, 정치적 전망을 하거나 정치인의 일반론에 입각해서 비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는 송모(42·여)씨는 "보수인 사람들이 TK라고 해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 중구에 살고 있는 정모(54·남)씨는 "그분은 말씀을 굉장히 잘하시는 사람"이라며 "여기에서는 무슨 연고, 저기에서는 무슨 연고, 어디에 가서도 그렇게 말씀하실 분"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