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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의 아주 특별한 가족이야기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7.13 11:11 수정 2024.07.13 11:11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일본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며 깊은 감동을 준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가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누적 판매 부수 120만부를 돌파하며 제16회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된 세이 마이코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유코(나가노 메이 분)는 3살도 되기 전 생모를 교통사고로 잃게 되고 아빠는 새엄마 리카(이시하라 사토미 븐)와 재혼하지만, 곧 이혼하고 꿈을 찾아 브라질로 떠난다. 새엄마에게 남겨진 유코는 그 후 새엄마의 두 번의 재혼으로 두 명의 엄마와 세 명의 아빠를 가지게 된다. 요리만 빼곤 모든 게 서툰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와 성장기를 보낸 유코는 성인이 되면서 운명처럼 고교 동창인 하야세와 재회해 사랑에 빠진다. 아름다운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부모님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유코의 엄마와 아빠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따뜻한 가족사가 시작된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는다. 영화는 두 개의 큰 줄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미탄과 리카의 가족 이야기며 두 번째는 유코와 모리미야의 이야기다. 영화는 두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미탄과 유코가 같은 사람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두 명의 엄마와 세 명의 아빠를 가진 유코의 특별한 가족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엔 여러 차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한 막장 같은 중혼 가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따뜻하고 눈물겨운 비밀이 있다. 영화는 아주 특별한 유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에 가족의 붕괴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가족이 존재하고 있음은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준다는 것, 아낌없이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렇다고 상대가 고마워할지 알 수도 없다. 무한한 친부모의 사랑이라면 몰라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은 쉽지 않다. 유코의 새엄마 리카는 혈연으로 맺어진 모녀는 아니다. 어찌 보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리카는 딸 유코를 위해 헌신한다. 또한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 역시 명문 도쿄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엘리트지만 유코의 육아와 장래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 영화는 이들 부부의 헌신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받기보다 주는 것임을 넌지시 말한다.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 또한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나가노 메이와 이사하 사토미가 함께 출연해 제작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나가노 메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 아이콘에서 차세대 대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사하라 사토미 역시 ‘일본의 김태희’로 불리며 압도적인 미모와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모녀지간으로 등장해 완벽한 연기 호흡을 자랑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사랑스러움을 넘어 비밀을 간직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섬세한 감정연기와 높은 몰입도로 감동을 전한다.


이혼 가정이 늘어나면서 결손가정 자녀들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화로 가족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유교사회에서의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새엄마 리카와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의 헌신과 사랑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재조명함으로써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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