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문자 논란, 나 떨어뜨릴 목적뿐"…나경원 "책임 덮어씌우기에 놀라" [與당권주자 토론회]

'친인척 공천 개입' 제기한 원희룡 향해

韓 "대단히 비겁한 행동이고 구태정치"

元, 주3일 출근 공약 오해한 韓 꼬집어

尹 "문자 논란, 한동훈 해당행위는 아냐"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7·23 전당대회를 2주 앞두고 펼쳐진 첫번째 방송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과 '총선 패배 책임 덮어씌우기 논란'을 두고 장외 설전을 벌였다.

한동훈 후보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1차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 갑자기 문자 5개가 나온다는 것의 목적 자체가 나를 당대표에서 떨어뜨릴 목적일 수 밖에 않겠나(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당권 경쟁자인 나경원·윤상현 후보로부터 지난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낸 '명품백 수수 논란'을 사과하겠다는 당무개입 문자에 답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집중 공세에 시달린 바 있다.

특히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전당대회가 문자 논란으로 궤도 이탈하니까 '잘못했다, 그 당시 어리석었다'고 인정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말하며 사과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내가 왜 사과하느냐. 나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퇴 요구까지 받았는데 다른 분들은 뭐하고 나한테 입장 바꿔 사과하라고 하시느냐"라며 "(문자 논란을 터뜨린 배후로 지목된) 친윤계는 그 때 절대 사과는 안 된다고 인터뷰했는데, 지금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일 당시 '친인척이 개입된 사천'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원희룡 후보를 향해서는 "일종의 오물을 확 뿌려놓고 200개 이상의 기사를 낸 다음에 갑자기 얘기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대단히 비겁한 행동이고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야기가 대단히 구체적이었지 않느냐. 내 처가 공천에 개입했단 얘기를 하고 지금 와서 갑자기 비긴 걸로 해달라는 것인데 이럴 순 없다"며 "그걸로 인해 이미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저런 구태정치는 해서는 안되고, 나는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전당대회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를 향한 공세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원희룡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천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수많은 정치 쟁점과 공방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 공세나 공방을 자제해달라는 선관위(의 입장)에 대해서 후보들이 모두 동의를 했다"며 "이를 가급적 충실히 지켜보려는 것"이라고 재차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오히려 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이 내건 '주3일 출근제'를 '주3일 근무제'로 오해한 한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원 후보 캠프 공보단은 이날 토론회 직후 논평을 내고 "원 후보의 핵심 공약(주3일 출근제)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 공방으로만 이어가려는 분위기 속에서도 원 후보는 최선을 다해 민생 정책 중심 토론을 만들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나경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꺼내든 '지원유세 전무' 주장에 대해 "여기(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 일종의 덮어씌우기(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깜짝 놀랐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한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내가 (전국) 지원 유세를 다닐 때 세 분은 왜 안 하셨느냐"라며 4·10 총선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나·원·윤 후보가 지원 유세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그때 정말 서울 어려운 지역인 동작을 지켜낸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박수 쳐주셨다"며 "자기 지역을 지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한강벨트를 사수한 것에 대해서 정말 죽도록 고생하며, 내가 했던 모든 선거 중에 가장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적어도 서울에서 귀한 한 석 더 얻는데 기여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장 합류를 극구 사양했음에도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께 당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요청을 수락했다"며 "전후사정 다 아실텐데, 이제 와서 지원 유세 운운하니까 총선 패배의 책임을 나누자고 하는 걸로 보여진다"고 토로했다.

나 후보 캠프 김민수 대변인도 토론회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한 후보는 나 후보가 얻은 귀한 한 석을 폄하하며 동작구를 포기했어야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냐"라며 "선거 패배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느냐. 한 후보는 큰 자리를 노리기 이전에 동료의 땀과 노력을 인정하는 자세부터 배우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토론회에서 한 후보를 향한 공세에 집중했던 윤상현 후보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자 메시지가 가장 큰 이슈였는데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과 소통 안했나가 궁금했는데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가 문자 논란을 '당무개입'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해당 행위라고 보는지'라는 질문에는 "해당 행위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딱 깔끔하게 딱 사과하고 끝내는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