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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장악한 광주글로벌모터스, 다음은 현대차 직교섭 요구?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7.09 10:16 수정 2024.07.09 10:54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 출범

"상생협정서 당사자 아니다" 협정 파기 공식 선언

'사용자 범위 무한 확대' 노란봉투법 통과시 현대차에 직교섭 요구 가능성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 조합원들이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 정문 앞에서 결성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노사민정 상생’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장악됐다. 출범 당시의 ‘상생협정’은 깨졌고, ‘투쟁 선언’이 그 자리를 채웠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야당들이 입법을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에 참여한 현대자동차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지난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정문 앞에서 결성총회를 열고 출범을 선언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기존 기업노조였던 1노조와 2노조의 통합을 통해 결성됐다. 지난 4월 23일 2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데 이어 이달 4일 1노조까지 금속노조에 합류하면서 두 노조가 통합됐다.


GGM 출범 당시 ‘노사민정 상생협정’에서 노동계를 대표했던 것은 온건‧실리 성향의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였으나, 막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강경 노선을 걸어온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사업장을 장악한 것이다.


이로써 ‘누적 생산 35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노사 동수로 구성된 상생협의회를 통해 회사의 모든 문제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고 했던 출범 당시의 협정은 깨졌다. ‘수요가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대신, 신생 회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둔 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출범선언문에서 ‘입사 4년차에도 3500만원에 못 미치는 연봉, 주택‧교육‧복지 지원 약속 미이행, 사측의 심한 현장통제와 노동강도’ 등 고충을 토로한 뒤 “상생협의회는 이런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사측에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생협정서 당사자도 아니다. 합의문에 없는 것을 합의 주체도 아닌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에 굴복할 수 없다”면서 상생협정 파기를 공식화했다.


지회는 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탄압하는 ‘상생’을 단호히 거부한다”면서 “‘함께 살자’는 상생은 존중하겠지만 상생을 내세우며 노조를 탄압하는 행위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측과의 단체교섭이 진행되고, 지회가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파업을 지렛대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설립 당시 주 44시간 근무에 기존 완성차 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가량을 연봉으로 받는 대신 광주시로부터 주거, 교육, 의료 혜택을 지원받는 게 GGM 근로자들에게 주어진 조건이었지만, 협정 파기를 공식화한 데다, 강성인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두면서 그런 조건은 무시될 여지가 크다.


민주노총의 GGM 장악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파장은 GGM에 생산을 위탁하는 현대차에까지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로서는 이미 수천억원의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터라 GGM이 설립 당시 취지와 달리 임금 경쟁력을 잃고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리스크까지 있는 사업장으로 변질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긴 힘든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현실화됐을 경우에 발생한다. 현대차는 GGM 출범 당시 2대 주주로 참여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GGM에 생산을 위탁하는 계약관계로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등 6개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해 하청업체나 협력사 직원, 특수고용직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됐다 무산된 노란봉투법에서는 ‘실질적 지배관계’라는 단서조항이 있었지만 이번엔 이 단서조항마저 삭제됐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새 개정안(노란봉투법)은 기존 법안보다 근로자성과 사용자성 모두 극단적으로 확대했다”면서 “현대차를 예로 들면, 하청업체가 4000개에 달하는데, 모든 하청 근로자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4000번의 교섭을 해야 한다. 그걸 어떻게 응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GGM도 다른 하청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에 나설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같은 금속노조 산하 노조인 현대차지부, 기아지부 등과 연대해 더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무리한 요구를 앞세울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 노란봉투법은 사내하청에 대해서는 원청을 무조건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GGM의 경우 개별적인 위탁생산 기업이라 사내하청 개념은 아니다”면서도 “GGM 노조로서는 대기업이자 차량 공급 단가를 책정하는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명확한 기준 없이 확대하는 노란봉투법 조항을 자신들 위주로 해석해 교섭을 종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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