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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 대출금리 반등…기업금융 '옥석 가리기'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4.07.09 06:00 수정 2024.07.09 06:00

5대銀 0.03~0.09%P 상승

출혈경쟁에 속도조절 나서

하나銀만 하락세 보였지만

이번달부터 대출 취급 강화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뉴시스

국내 주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최근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대출 수요를 둘러싼 은행 간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속 하반기에는 은행들이 건전성과 성장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우량 기업 위주의 영업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3~5월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652%로 집계됐다. 지난 2~4월과 올 1분기 취급분보다 각각 0.03%포인트(p), 0.104%p 상승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지난 3~5월 중소기업에 새로 내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5.26%로 2~4월분보다 0.09%p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농협은행(연 6.27%·0.08%p) ▲우리은행(연 5.83%·0.06%p) ▲국민은행(연 5.27%·0.03%p)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하나은행만 연 5.18%로 0.11%p 떨어지면서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을 보였다.


그동안 은행들은 기업대출 부문의 성장을 위해 경쟁사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고 있어 기업대출 중심으로 성장 활로를 모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34조9017억원으로, 올 상반기 동안에만 40조162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은행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관련 대출에서 연체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액(원리금 1개월 이상)은 지난 1분기에만 2조760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7%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지표 금리가 올랐지만, 이를 반영한 은행들의 기준금리는 소폭 오르거나 되레 낮아졌다. 이번 대출금리 상승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대출 문턱을 다소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까지도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에 나섰던 만큼 대출금리 하락세가 계속됐다. 다만 하나은행도 역마진과 건전성 관리 필요를 체감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는 등 심사 기준을 다소 강화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달부터 수익성 낮은 기업에게는 대출을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일부 영업점을 통해 기업에 일정 금리 밑으로 대출을 내주지 말라는 방침도 전달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된 상황 속 기업금융 부문에서 우량 기업 위주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경쟁 강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 무리하게 확대한 기업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향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과거 금리 국면을 살펴보면 금리 상승기 기업대출 증가 폭이 클수록 그 이후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이는 대출금리 하락 이외에도 부실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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