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외하더라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문체부에 연임 제한 규정 폐지 승인 요청
입력 2024.07.04 20:40
수정 2024.07.05 00:18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나를 제외하더라도”라는 단서를 붙인 채 문화체육관광부에 체육 단체장의 연임 제한 규정 폐지를 승인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대한체육회는 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 이사회에서 의결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를 담은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 정관은 체육회장 포함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선부터는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가결되고 문체부 승인이 이루어지면,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연임이 가능하다.
체육회는 해당 정관 개정의 이유로 ‘인력난’을 꼽고 있다. 지방 체육회와 종목단체는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이 늘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이기흥 체육회장(재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3선)의 장기집권을 위한 길을 닦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2일 체육 분야 간담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장관은 “체육회가 4200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을 받는데 지금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더 출마하기 위해 정관을 바꾸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육계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 중 하나로 문체부가 지방 체육회와 종목 단체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대한체육회가 예산을 내려 받은 뒤 각 종목 단체에 예산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이날 “내가 3선에 도전하기 위해서 정관을 바꾸는 게 아니라고 수 차례 얘기해왔다”며 “나는 제외해도 괜찮으니 다른 체육 단체장 연임 규정은 바꿔야 한다. 종목 단체나 지방 체육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이 부족하며, 시군구 회장들은 자기 돈을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할 공정위원회를 일일이 다 만들 수는 없다. 문체부가 수정 제안을 승인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