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만?…중국 시장에 주목하는 韓 뮤지컬 업계
입력 2024.07.03 11:10
수정 2024.07.03 11:10
“뮤지컬 본고장 웨스트엔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고 예산도 감당 못 할 수준일 줄 알았다. 하지만 작품만 좋다면 한국 뮤지컬 제작사의 웨스트엔드 진출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달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영어 버전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가운데, 작품을 제작한 제작사 라이브 강병원 대표가 ‘2024 K-뮤지컬 국제마켓’에서 한 말이다. 웨스트엔드 뿐만 아니라 최근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위대한 개츠비’와 박천휴 작가를 필두로 한국 창작진이 참여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무대를 뚫었다.
그런데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기지개를 켜는 동시에 또 다른 통로, 중국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뮤지컬 시장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를 잇는 새로운 글로벌 진출 무대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관심은 최근 국내에서 중국 뮤지컬 작품이 잇따라 소개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공연기획사 더웨이브는 중국 뮤지컬 ‘접변’을 7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제작된 뮤지컬이 국내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 홍콩의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서극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를 각색한 ‘접변’은 잡지사 기자 치평이 인터뷰를 위해 홍콩 유명가수 만만을 만나러 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만만의 실종 사건 속에 감춰진 진실과 복잡하게 얽힌 신분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중국 평단에서 호평과 찬사를 얻은 작품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뮤지컬 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도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선보인 ‘비천’을 폐막작으로 선정했다. 위험으로부터 홀로 귀중한 벽화를 지켜내고 있는 이야기로, 전쟁·역병 같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약속의 장소로 떠나는 주인공의 장대한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중국에 뮤지컬 붐이 일어나서 한국의 뮤지컬을 사가거나, 한국 제작진이 참여하는 작품을 만드는 추세”라며 “우리나라가 공략해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시장이 중국이라고 본다. 중국은 각 도시마다 최고의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다면 우리나라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못지않은 뮤지컬 강국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뮤지컬 시장은 최근 발전을 거듭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8일 진행된 'K-뮤지컬국제마켓' 개막식에 참석한 유한곤 중국 포커스테이지 문화 미디어 상하이 대표는 “중국 뮤지컬 시장은 발달 속도가 매우 느렸지만 코로나 이후부터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 뮤지컬 시장의 지난해 티켓매출은 13억만 위안(한화 약 2475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기간 연예신공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문 극장이 들어섰고, 이곳이 뮤지컬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한곤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중국 뮤지컬 공연 시장은 총 2655회 공연, 213만 관객, 매출 6억 위안(한화 약 1140억원)이었고, 코로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2023년 뮤지컬 총 공연수는 8300회, 관객수는 395만8900명, 티켓 매출은 13억2200만 위안에 달한다. 모든 수치에서 약 2배가량 성장을 이룬 셈이다.
물론 현재까지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커다란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 공연 관계자는 “중국에서 뮤지컬을 접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고 거대 자본도 중국 뮤지컬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 한국 작품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과 한국의 협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