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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참혹, 아니라고 말해줘" 오열하는 유족들…목격자들 "시청 역주행사고, 급발진 아냐"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7.02 08:29 수정 2024.07.02 09:28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서 승용차 역주행…9명 숨지고 4명 다쳐

유족,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임시영안실 찾아와…고 신원 확인받고 오열

가해 차량 운전자, 급발진 주장하고 있지만…목격자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 멈춰"

CCTV서도 제네시스 차량 사고 직후 감속하며 멈춰…경찰,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

사고 현장 수습하는 경찰과 소방당국.ⓒ뉴시스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하며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은 고인의 신원을 확인한 뒤 오열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사망자 6명의 임시영안실이 마련됐다. 이날 오전 0시 5분께 시신을 이송한 구급 차량 6대가 떠나고 유족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족들은 하나같이 경황없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집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나온 듯 대체로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일부 유족은 헝클어진 머리를 채 정돈할 새도 없이 영안실을 찾았다.


사망자 지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구급대원에게 사망자 이름과 생년을 확인받았고, 구급대원으로부터 "지인이 맞다"는 말을 듣자 탄식을 내뱉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어 흐느꼈다. 겨우 몸을 일으켜서는 "아니라고 해줘. 어떻게라도 말을 해줘야지"라며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전 1시께 임시영안실에서 나온 한 여성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마다하고 자리를 떴다. 이 여성이 자리를 떠나는 내내 통곡하는 소리가 장례식장 앞 도로를 메웠다.


이날 사고는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면서 9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으로, 이들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과 국립중앙의료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각각 옮겨졌다.


사고 당시 장면이 찍힌 CCTV 영상과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진회색 제네시스 차량이 굉음을 내며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BMW와 소나타 차량을 '쾅, 쾅' 소리와 함께 잇달아 추돌한 후 왼편 인도 쪽으로 돌진해 또다시 '쾅' 소리를 내며 안전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CCTV 영상에는 편의점 앞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던 시민 여러 명과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가는 시민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변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차량은 그 뒤로도 인도와 횡단보도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다른 보행자들을 들이받았고,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에 다다라서야 멈춰 섰다.


차량이 연기를 내며 스스로 멈추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놀라 몸을 피하는 장면도 CCTV영상에 찍혔다.


2일 오전 전날 시청역 교차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숨진 피해자들이 이송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앞에서 경찰들이 근무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A(68)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이 같은 주장에 즉각 '급발진은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귀갓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취재진에 "급발진은 절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발진할 때는 (차량 운행이) 끝날 때까지 박았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며 "(급발진이면) 뭐라도 박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봐도 급발진으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영상에서 해당 제네시스 차량은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추는데, 일반적인 급발진 차량이 도로 위 가드레일 등 구조물과 부딪히며 마찰력으로 억지로 감속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서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통해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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