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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영업자 부실채권 2조 육박…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4.07.02 06:00 수정 2024.07.02 06:00

전년 대비 6500억 증가

개인사업자 신규 연체도

올해 들어서만 2조 급증

"채무 재조정 추진해야"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7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빚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빚을 빚으로 연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85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0%(6524억원)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 말(1조9712억원) 이후 최대치다.


은행은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말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자영업자 대출에서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된 배경엔 장기화하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금융비용이 치솟자 이들의 대출 상환 여력은 갈수록 악화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빚 돌려막기를 위해 계속 대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451조938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조7731억원이나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말과 비교하면 105조9514억원 폭증했다.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신규 연체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은행권이 자영업자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원리금 1개월 이상)는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2조938억원이나 늘었다.


앞으로도 자영업자들의 연체는 계속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금리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한은도 연말께에나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도 지난해 9월부터 종료되면서 분할 상환이 진행 중이다.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는 동안 금리가 크게 뛴 만큼, 상환 어려움은 가중된 상태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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