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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10조, 저축銀 9조, 캐피탈 4조, 카드 2조…깊어지는 '연체의 늪'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07.02 06:00 수정 2024.07.02 06:00

한 해 동안에만 8조 증가

매일 200억 넘게 쌓인 셈

길어지는 고금리 터널 속

부담스런 빚더미 '먹구름'

빚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금융사 여신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8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2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200억원이 넘는 연체가 새로 쌓이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터널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계속 많아지는 가운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더해지면서, 금융권에 드리운 먹구름은 점점 짙어져만 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캐피탈사·신용카드사·보험사 등 국내 327개 금융사들이 보유한 여신에서 한 달 넘게 상환이 미뤄지고 있는 연체 금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6조20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7조8228억원) 늘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214억원 꼴로 증가했다는 계산이다.


금융사 업권별 연체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업권별로 보면 우선 은행권에서의 연체가 9조921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8.9% 늘며 규모가 제일 컸다. IBK기업은행 대출에서의 연체가 2조2885억원으로 최대였고, NH농협은행의 해당 금액도 1조1100억원으로 조 단위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9763억원) ▲KB국민은행(9184억원) ▲하나은행(8974억원) ▲우리은행(7514원)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의 연체가 많은 편이었다.


은행 다음으로는 저축은행업계가 떠안고 있는 연체가 8조9224억원으로 55.7% 증가하며 몸집이 큰 편이었다. OK저축은행 대출에서의 연체가 1조455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SBI저축은행의 관련 액수가 659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5190억원) ▲상상인저축은행(4207억원) ▲페퍼저축은행(3915억원) ▲웰컴저축은행(3791억원) 등이 3000억원을 웃도는 대출 연체를 품고 있었다.


캐피탈업계 대출에서의 연체도 3조9897억원으로 35.9% 늘었다. 메리츠캐피탈의 대출에서 생긴 연체가 628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 대출의 연체가 각각 3233억원과 3175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이었다. 또 ▲하나캐피탈(2823억원) ▲OK캐피탈(2339억원) ▲BNK캐피탈(2127억원) 등에서의 대출 연체 잔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는 연체는 2조3132억원으로 18.0% 증가하며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신한카드가 6254억원으로 최대였고, 롯데카드(3719억원)와 KB국민카드(3428억원)에서의 연체가 3000억원을 돌파했다. 나머지 카드사들에서의 연체액은 ▲삼성카드 2740억원 ▲하나카드 2388억원 ▲우리카드 2290억원 ▲현대카드 1523억원 ▲BC카드 789억원 순이었다.


보험업계에서 발생한 연체 역시 1조602억원으로 83.7% 늘며 조 단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가 265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생명과 흥국화재가 각각 1207억원과 1143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이었다. 이밖에 ▲한화생명(871억원) ▲DB손해보험(764억원) ▲동양생명(570억원) ▲교보생명(454억원) ▲삼성화재(404억원) ▲NH농협생명(334억원) ▲흥국생명(318억원) 등이 대출 연체 발생액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연체 규모 상위 10개 금융사.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연체가 누적되는 배경에는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누적되면서 개인과 기업 모두 돈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 타이밍이 계속 뒤로 밀리면서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이 이어지면서, 한은으로서도 선뜻 통화정책 전환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연준은 지난 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5.25~5.50%에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관성 상 연체는 한동안 악화 추세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며 "올해 내내 지금의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대출의 질은 더욱 빠르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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