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주지사 추문 감청으로 잡았는데"
입력 2008.12.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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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식 국정원 21세기 맞춰 활동강화 법안 발의후 표류중
"정치사찰 이유 반대는 시대착오…전문성과 역량축적 필수"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 활동 범위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찬반 논쟁이 팽팽하다.
국가정보원은 21세기 ‘신(新) 안보시대’에 맞춰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군사, 외교 등 전통적 안보개념에서 환경, 에너지, 테러, 마약, 사이버위협, 난민, 질병, 국제범죄 등 국가 범위를 넘는 다양한 위협들을 포괄하기 위해서는 신안보 개념에 맞는 정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정원이 추진하고 있는 관련법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국가대테러활동기본법>,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모두 6개 법안.
이들 법안은 정보수집 범위를 ‘국외정보 및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에서 ‘국가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 ‘국가 또는 국민에 대한 중대 재난과 위기를 예방·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보’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보안업무 대상은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인원’과 ‘국가정보통신망에 대한 사이버안전업무’를 추가했다.
또 국정원 직원 관련 범죄 수사권을 현직뿐 아니라 퇴직직원까지 범위를 넓히고 비공개 사항 중 ‘정원’을 ‘소속직원에 관한 사항’으로 바꿨다.
이 밖에도 테러나 납치, 인신매매 등 강력범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합법적인 감청을 허용하고, 보안 정보에 실효적인 관리를 위해 비밀의 유출 차단 및 무단 손괴 행위시 처벌근거를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은 다각화된 각종 범죄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 외에도 국정원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민주화’로 인해 약화됐던 공안분야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국정원 내부에서는 ‘대공수사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면서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정보 수집이나 공작활동 등도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현행 국정원법은 1960~1970년대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이고 합법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을 답보하려면 정보기관의 임무와 역할, 활동 가능범위 등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6개 법안 가운데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은 ‘인권침해’ ‘정치사찰’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과 진보좌파 단체들은 “공작정치, 공안통치, 권한남용, 인권침해 등 국정원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개악” “‘국정원을 악명 높은 중앙정보부로 되돌려 군부독재, 유신독재로 회귀하려는 시도” 등으로 표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공안 유령이 국정원까지 침투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매체들도 해당 법안들을 ‘70~80년대 공안정국으로의 회귀’라고 주장하면서 법안 통과시 예상되는 ‘가상시나리오’를 연재하는 등 반발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애국단체총협의회 주최로 열린 안보관련법 제ㆍ개정 관련 토론 세미나에서 최평길 연세대 명예교수(왼쪽에서 세번째)가 선진 정보기관의 정보활동 실태에 대해
이같은 우려에 대해 국정원측은 “전혀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치주의 확립 등으로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국내 정보 분야 직무범위가 명확해져 자의적인 정보활동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법감청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정보기관이 합법적 감청 및 수사권의 집행에 있어 권한을 남용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등을 만들면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대외지향 정보활동에 적극 나서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증진시키겠다는 국정원의 기본자세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전직 관계자들도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전직 간부는 “이번 법 개정을 단순히 이념공세로 몰려는 자체가 ‘편견’이자 ‘선입견’”이라며 “1960년대의 업무와 2000년대의 안보환경과 임무 등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우리는 세계가 변화되는 이 시점에도 과거에 머무를 것을 종용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 정권과 유착된 관계를 형성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의 국정원은 그 때와 전혀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도 9.11과 같은 대규모 테러에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다국적 테러조직이나 마약밀매조직 등을 감시하고, 외국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국가기간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 연륜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정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국정원 관계자도 “이번 법 개정은 자국민 보호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통제’라고 비판하는 측은 법 개정이 ‘예방’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엄격’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정보수집업무를 하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데도 ‘인력’으로만 이 정도 수준의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는 자조어린 말들도 한다”며 “헌법을 수호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우리 정보기관이다. 노하우를 쌓아도 제대로 전수해주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선 정보강국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이와 관련,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서 (상임위에) 상정을 못하고 있다. 아직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협의 통해서 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를 해 봤더니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TNS에서 했는데, 분위기가 좋다. 추진하면 이번엔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몇가지 내용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는데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시대가 21세기인데 20세기의 사고방식을 하고 있다. 20세기 논쟁을 하고 있으니..."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야당 등에서 반대하는) 불법감청 부분은 통비법인데, 법사위로 가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청이 아니고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 국민 5000만 중 1만명도 안 된다. 0.1%도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99.9%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 등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번에 주지사 감청해서 잡았지 않느냐. 세계 최고의 인권 국가에서도 그렇게 했다"고 덧붙인 이 의원은 "현재의 국정원법은 1960대 만든 법안이다. 지금은 안보환경이 많이 바뀌었지 않느냐. 정보 전쟁 시대에 와 있는데 우리만 발목을 묶어 놓아서 되겠느냐"면서 "정치사찰 인권침해를 얘기하는데 21세기 어느 누가 정치사찰을 당할 사람이 있고, (정치사찰을)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내의 기류에 대해서도 "당내 반대 의견도 있지만, 그건 잘 몰라서 그런 측면이 많이 있다"고 말하면서 내가 만나 설득하면 이해하고 다 공감을 표해 줬다. 내가 (이번 법안에) 2시간 만에 60명의 서명을 받은 게 아니냐. 시간만 더 있었으면 150명 서명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