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김희애 욕망 담고…거침없이 몰아치는 ‘돌풍’ [D:OTT 리뷰]
입력 2024.06.27 15:37
수정 2024.06.27 17:41
28일 오후 넷플릭스 공개
정치물의 대가 박경수 작가는 자신의 역량을 노련하게 펼쳐내고, 설경구와 김희애, 김홍파, 김영민 등 베테랑 배우들은 열연으로 완성도를 채운다. 정경유착 등 부패한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정치 드라마가 과연 새로울 수 있을까 싶지만, 거침없는 전개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 등 권력 3부작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신작이자, 배우 설경구의 드라마 첫 주연으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총 12회 중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초반 1, 2회는 제목처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기대감을 충족한다.
‘대통령 시해 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포문을 열며, 시작과 동시에 ‘본론’으로 진입한 ‘돌풍’은 박동호와 정수진, 대진그룹 부회장 강상운(김영민 분)의 엎치락뒤치락 수 싸움을 통해 흥미를 선사한다. 구속 위기에 처한 박동호가 위기를 모면하자마자 새로운 반격이 이어지는가 하면, 빠르게 플랜 B를 선보이며 상황을 뒤집는 등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박 작가의 강점인 ‘은유법’도 빛난다. 설경구와 김희애, 김홍파, 김영민, 김미숙 등 연기파 배우들이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소화하는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돌풍’의 무게감을 배가하는 것. ‘썩은 권력을 도려내기 위해선 모든 것을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박동호의 뚜렷한 목표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수진, 강상운의 대결은, 단순하지만 그래서 몰입이 더 쉽고 빠르다. 파고들면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현실에서 답답함을 느껴 본 시청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을 만큼의 개연성은 갖추고 있다.
다만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단 2회 만에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진다. 지루해질 만하면 상황이 반전돼 눈길을 붙잡지만, 아직 서사 상의 큰 진전은 없어 흥미가 빠르게 식을 수 있어 보인다. 박 작가 특유의 은유적인 대사도 자주 반복이 돼 처음만큼의 재미를 유발하진 못한다.
물론 남은 이야기가 많은 만큼, 어떤 짜임새 있는 전개로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전개로, 정확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초반 1, 2회가 웰메이드 정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