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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선물환거래 석 달 만에 100조 '쑥'…강달러에 '촉각'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4.06.27 06:00 수정 2024.06.27 09:05

지난해 전체 증가분 벌써 넘어서

美 금리 인하 지연·엔화 약세에

원·달러 환율 1400선 재차 위협

계약 체결한 수출기업 거래이익↑

리스크 도미노 차단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선물환거래가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1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환(換)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당분간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입기업들의 거래 수요도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선물환거래 규모는 711조89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6%(95조9799억원) 늘었다. 지난 한 해 전체 증가분(80조1635억원)을 불과 3개월 만에 넘어섰다.


선물환거래는 계약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일정 금액의 외화를 만기일에 매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계약 기간 동안의 환율 변동과 무관하게 정해진 조건으로 외화를 매매할 수 있어 환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선물환거래는 손실이 무한대로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초고위험 파생상품으로 분류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151조7739억원으로 28.1%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164조7126억원·24.6%) ▲하나은행(293조8105억원·9.8%) ▲우리은행(101조6001억원·4.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7% 넘게 오르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연초 1300.4원에서 1분기 말 1347.2원으로 47원가량 뛰었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4월 16월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20일에도 두 달 만에 1390원을 상회하며 1400원선을 위협했다. 이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공단과 외환 스와프(맞교환) 거래 한도를 늘리며 대응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는 건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가 갈수록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아울러 점도표(금리 전망표)를 통해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이는 기존 3차례 인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또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주변국인 일본·중국 통화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실제 엔·달러 환율도 연초 140엔에서 지난주에는 159엔까지 오르며 약세 국면이 지속됐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선물환거래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물환거래는 환율 상승과 하락 모두에 대비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원화 약세가 지속된 만큼, 관련 계약을 체결한 수출기업과 외화 자산 보유자의 이익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도 해당 상품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스위스 등 글로벌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에 나선 가운데 미국의 인하 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해 강달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여당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도 변수다.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경우 현재 역대 최대인 한·미 금리 차(2.0%포인트)가 더 벌어지면서 환율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원화는 엔화 약세 흐름에 강한 동조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원화와 엔화의 약세 압력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소재가 딱히 보이지 않지만, 다음 달 일본은행 금융정책위원회 결과에 따라 원화의 약세 압력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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