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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거나 나쁘거나…‘콘텐츠’로 주목받은 지역들 [콘텐츠 속 지역①]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06.27 08:02
수정 2024.06.27 13:32

드라마 촬영지 찾는 젊은층·외국인 관광객

활성화 위한 노력 필요 언급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핫’한 동네가 됐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10대 임솔(김혜윤 분), 류선재(변우석 분)가 주로 이곳에서 활동했던 것이다. 2년 전에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 분)의 집과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밥 가게가 위치한 동네로 유명세를 탔었다. 당시에는 김밥집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면, 지금은 선재의 집이었던 파란 대문 집 앞, 솔의 집이었던 한 카페 앞이 북적이고 있다.


인구 6만 8000여명의 인구 감소 지역인 경상북도 문경도 최근 옛 인기를 되찾고 있다.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백현우(김수현 분)의 본가인 용두리의 배경이 문경 용연리였던 것. 용연리는 물론, 백현우-홍해인(김지원 분)의 데이트 장소였던 구랑리역과 홍수철(곽동연 분)-천다혜(이주빈 분) 부부가 찾은 놀이공원 에코월드 등도 관광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앞서도 여러 사극의 촬영지로 알려진 문경이었지만, 요즘엔 젊은 층의 데이트 명소로 추천되고, 외국인들의 방문 리스트에 포함이 되는 모양새다.


ⓒtvN, tvN 영상 캡처

지난해 역대 최다 방문객을 기록한 경상북도 포항시도 긍정적인 사례다. 포항시는 지난해 포항을 찾은 관광객이 759만 5029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2022년 628만 4929명보다 131만여명 늘어난 숫자다. 포항시에 대한 SNS 언급량도 전년 대비 51%가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신규 관광지 개발과 드라마, 예능 등 방송프로그램을 통한 포항 관광지의 지속적인 노출을 꼽았다. ‘동백꽃 필 무렵’의 구룡포읍, ‘갯마을 차차차’의 청하면, ‘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철길숲, 영일대 장미원 등으로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촬영 단계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포함해 최소 70~80명이 지출하는 금액이 적지 않다는 점과 K-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누리며 이어지는 해외 관광객들의 관심까지. 콘텐츠 촬영의 효과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촬영지를 유치하고, 촬영된 장소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기도 한다. 현재 다수의 지역이 영상위원회를 통해 해당 지역의 로케이션 촬영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콘텐츠의 ‘단골 촬영지’를 겨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충청남도 당진이 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진시는 2021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도비도 선착장,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합덕고등학교가 등장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최근 ‘선재 업고 튀어’ 13회와 JTBC 드라마 ‘비밀은 없어’ 6회에는 데이트 장소로 삽교호 놀이공원이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봉균 당진시의회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제110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K-콘텐츠 촬영지로 튀고 있는 당진시, 방향성이 필요합니다’를 주제로 자유발언을 하며 “드라마 한 편이 크게 유행하면 관광객들이 촬영지를 방문하면서 해당 지역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다”며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역 명소들이 콘텐츠를 통해 관심을 받는 요즘,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포 영화 또는 범죄 드라마의 배경이 될 경우 ‘지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지난해 치악산을 배경으로, 18토막이 난 시체 10구가 발견된 허구의 괴담을 다룬 영화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와 갈등하며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으며, 과거 영화 ‘곡성’은 영화 포스터 속 곡성군 한자 지명을 ‘谷城’이 아닌 ‘곡하는 소리’라는 뜻의 ‘哭聲’으로 바꿔 표기해야 했다. 경기 광주 소재 정신병원을 소재 삼은 영화 ‘곤지암’이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경기 광주시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유튜브 콘텐츠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유튜버들의 ‘선 넘는’ 전개로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3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출연자들이 경상북도 영양군을 찾는 모습을 담은 가운데, 영양 터미널에 내려 “중국 같다”고 발언하고 영양군 특산품인 젤리를 먹으며 “할머니 살 뜯는 맛”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임대성 경북도 대변인은 “정확한 조사나 정보 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구독자와 조회 수를 늘리려다 보니 의도적으로 지역을 비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왜곡된 지역 콘텐츠 대응을 위한 제도적 메뉴얼을 만들어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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