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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직면한 자동차·배터리 산업, 판 다시 짜야"...속도조절 불가피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06.20 19:10 수정 2024.06.20 20:57

20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

"배터리, 전기차용 외 포트폴리오 다변화해야"

"자동차, 전기차 전환 서두르지 않아도 돼"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2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반도체 및 전기전자 하반기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현상으로 산업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완성차와 이차전지 업계가 올 하반기 새로운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향후 배터리 시장이 고성장 기조를 보여왔던 기존 추세와는 달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 수석연구원은 이날 하반기 배터리 산업 전망 발표에 나서 "새로운 수익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산업이 오는 2030년 3535억달러(약 48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기차 캐즘 현상에 따라 연평균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며 성장 기조가 뒤바뀔 것이라 관측했다.


그는 또 "2021년부터 2025년까지는 연평균 36.5%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2025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17%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전기차는 급격히 성장하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 고금리 지속 등의 여파로 성장세가 주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차전지 산업은 기존 전기차용 위주의 배터리에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기선박, 도심항공교통(UAM) 등까지 수요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송 연구원은 "국가 간 배터리 경쟁이 가속하면서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이 시간이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해당 기간에 수익성이 높은 ESS라든지, 친환경 선박이라든지 새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ESS 시장은 오는 2033년까지 5355억 달러(약 740조원) 규모로 연평균 8.1% 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선박은 같은 기간 약 235억달러(약 32조원) 규모까지 확장돼 연평균 19.1% 성장이 예측되고, UAM은 2032년까지 연평균 30.2%씩 성장해 324억달러(약 4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연구원은 끝으로 배터리 시장이 그간 양적 성장에 집중해 온 만큼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질적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쟁국인 중국이 내수 시장을 비롯해 유럽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견제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이 중국을 향해 취하는 견제에 힘입어, 자체적인 기술 경쟁, 특허 경쟁을 통해 중국의 확장을 막을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친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제품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면서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사업전략 전환의 필요성은 전방 산업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자동차 산업 부문 전망을 맡은 이상민 S&P 글로벌 모빌리티 수석애널리스트 역시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의 수익성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잇따라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을 연기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선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이 수석은 "아직 내연기관 차량의 수익성이 완성차 업체의 매출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부족해 내연기관의 수익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전기차 판매 3위권인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출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25년에서 오는 2027년으로 연기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투자 규모 40억 달러(약 5조3500억원)의 미시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연기했고, 폭스바겐그룹도 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을 고려해 동유럽 지역에 4번째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미룬 바 있다.


이 수석은 "미국도 아직은 기술력을 더욱 끌어올린 전기차를 신차로 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엔 바이든 대통령마저도 하이브리드 차량 확대를 재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규제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하면서 중장기적 전략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한경협이 우리 주요 산업의 하반기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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