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연아 Story①]예상 뒤엎은 대역전 파노라마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8.12.11 17:11
수정
김연아


2006년 12월 16일은 ‘피겨요정’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피겨퀸’으로 등극한 날이었다.

당시 16세 소녀였던 김연아는 러시아서 열린 자신의 첫 번째 공식 시니어무대 ‘그랑프리 시리즈 파이널’에서 총점 184.20점을 기록,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72.52점·일본)를 제치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예상 뒤엎은 결과 ‘세계가 놀랐다!’

마오가 주니어 때 이미 전 세계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시니어 그랑프리 예비스타로 주목받은 반면, 김연아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사실 마오는 주니어 시절 김연아와 맞대결에서 우위(2승 1패)를 점했다.

둘은 ‘2004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첫 공식 맞대결을 가졌다. 결과는 마오의 압승. 마오는 총점 172.83으로 1위에 올랐고, 김연아는 137.75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두 번째 대결은 ‘2005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역시 마오의 완승이었다. 총점 179.24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건 마오를 김연아(158.93)는 은메달에 만족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연아를 놓고 전년도에 비해 기술적인 발전은 있었지만,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다음해인 2006년, 김연아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전 세계 피겨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연아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총점 177.5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마오는 153.35점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피겨 최강국’을 자처하는 일본 언론은 놀랐다. 김연아의 비약적인 기술발전과 다채로운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경계심을 나타냈다. 일본 피겨 팬들은 “아사다 마오의 강력한 라이벌이 탄생했다”며 마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인무대 에이스는 김연아?

김연아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말에 펼쳐진 자신의 첫 성인무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마오는 다시 한 번 김연아에 밀려 눈물을 삼켜야했다.

충격적인 결과에 일본 언론은 물론 캐나다·미국·러시아·이탈리아 등 취재하던 기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현장에 있던 한 외국기자는 “김연아가 ‘그랑프리 시리즈 파이널’에서 마오를 꺾으면서 진정한 시니어 그랑프리 예비스타로 떠올랐다”며 극찬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첫 성인무대였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이 쉽게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고질적인 허리통증은 고난이도 점프를 구사하는데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회 첫날 쇼트연기에서는 부상 후유증으로 점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65.06점을 얻는데 그쳐 3위에 머물렀다.

반면 마오는 쇼트에서 깔끔한 연기를 펼치면서 69.34로 1위에 올랐다. 마오는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주니어 시절보다 향상된 섬세한 스케이트 기술이 돋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랑프리 파이널 마지막 날. 김연아는 마오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치는 반전을 일으켰다. 허리통증을 잊기 위해 온 몸에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출전해 투혼을 발휘한 것.

김연아는 영국의 본 윌리암스가 작곡한 배경음악 <종달새의 비상>에 맞춰 고난이도 점프기술을 완벽히 소화했다. 트리플 플립, 트리플 토(공중 연속 3회전)를 시작으로 더블 악셀(공중 2.5회전), 황홀한 비엘만 스핀(다리를 등 뒤로 붙이고 제자리 회전),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 시트스핀(웅크리고 제자리 스핀)의 향연은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연기가 끝나자, 장내는 러시아 관중의 환호와 박수갈채로 뒤덮였고, 김연아는 총점 184.20으로 ‘2006-07 ISU 시니어 그랑프리파이널’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사다 마오


한편 쇼트 1위(69.34점)였던 마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장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을 시도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마오는 결국 2위로 밀리고 말았다. 일본 ‘섹시피겨스타’ 안도 미키는 쇼트에서 2위(67.52점)에 올랐지만, 자유연기에서 점프실수를 연발하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심판은 ‘정석’을 원한다

김연아가 ‘2006 주니어 대회’에 이어 같은 해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를 석권하며 세계피겨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것은 변경된 채점방식도 한몫했다.

심판진은 2006년부터 기본적인 기술요소 평가를 엄격하게 적용, ‘점프 교과서’로 불리는 김연아에게 힘이 됐다. 반면, 마오는 장기인 트리플 악셀이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회전수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었고, 트리플 러츠는 롱 에지 판정을 받기도 했다.

물론 김연아가 마오를 추월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치열하게 노력했던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연기력이 부족하면 다음해 대회에서 다채로운 표정과 안무연기를, 스케이트 속도가 저하되면 다음 대회에서 체력을 보충해 속도를 향상시켰다. 점프기술이 불안정하면 다음 대회에선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다.

성실한 훈련자세와 무한한 잠재력, 충실한 기본기로 다져진 김연아는 첫 성인무대였던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 직후 “다른 선수들이 실수가 많아서 운 좋게 우승한 것 같다”며 겸손했다.

김연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는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반면 마오는 너무 일찍 세계정상에 올라 경쟁상대가 많지 않았다. 목표의식 결여 속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는 결국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연아에게 그랑프리 첫 우승은 시작에 불과했다. 2006년 전 세계 피겨 전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당시, 김연아는 이미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김연아 경기일정>

12일 오후 8시 15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13일 오후 8시~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14일 오후 2시~ 갈라쇼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