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전형 부활, 수능 점수 낮은 수험생들에겐 '마지막 기회'
입력 2024.06.20 04:32
수정 2024.06.20 04:32
2019년 이후 폐지된 논술전형…올해 고려대서 부활
내년부터는 서울대 제외한 대부분 대학에서 논술전형 실시 예정
지난 2022년 이후 폐지됐던 '논술 100% 전형'(이하 논술전형)이 다시금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논술전형의 수능 최저기준은 정시전형은 물론 수시전형에 비해서도 낮게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논술전형이 상위권 대학 도전의 마지막 희망이자 기회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가 7년만에 논술전형을 부활시키기로 확정했고 2026학년도부터는 국민대를 비롯한 주요 22개 학교가 논술전형 도입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 내에서 논술전형을 시행하지 않는 학교는 서울대가 유일하게 된다.
논술전형 부활의 취지는 일단 학생선발경로 다양화다. 현행 수시와 정시로 양분된 단순한 입시 체계에서는 사실상 모든 대학이 학생 선발에 있어 비슷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학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취지는 대학의 학생선발권 강화로 분석된다.
논술전형은 본고사 폐지 이후 대학들이 가진 유일한 독자적 학생선발권으로 작용했다. 각 대학이 논술전형 출제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어떤 학생이 해당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인 셈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논술전형 제도를 운영하는 등 2010년대 중반까지도 논술전형의 비중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공교육 과정 내에서 대비하기 어렵고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가 결정됐다. 논술전형이 폐지된 이후로는 내신과 생활기록부 위주의 수시, 수능 성적 위주의 정시로 대입 전형이 단순화 되면서 각 대학은 학생선발권이 상당부분 약화된 상태다.
일단 올해 논술전형 부활이 확정된 고려대를 보면 정원 내에서 논술전형으로 361명을 선발한다. 2024년 고려대 총 모집인원이 4308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체 정원의 8%에 달하는 숫자로 상당한 규모다. 인원이 적은 학과는 2~3명, 많은 학과는 10명 넘게 논술전형으로 뽑는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정시와 수시로 단순화된 전형구조를 다변화해 다양한 특성과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려는 목적"이라며 "논술 100%로 선발하며 수능은 최저등급기준을 충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논술전형 부활의 주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고교학점제의 첫 적용대상인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입을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부터는 논술전형의 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 평촌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권종혁 원장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과목별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는 과목은 거의 수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권 원장은 "이렇게 되면 다양한 학문을 가르쳐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개인에 대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논술전형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교학점제 운영 상황에 따라 논술전형이 정원의 10%를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 강남 종로학원 강사 A씨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9등급 내신제가 5등급제로 개편된다. 내신 등급간 인원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내신 등급이 세분화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건 정부가 정책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논술전형을 통해서라도 수험생 수준을 구별하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반대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과 내신 성적이 다른 학생에 비해서 낮더라도 논술전형을 통해 '마지막 반전'을 이뤄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며 "수시전형에 아예 원서를 내지 못했던 상위권 대학이라도 수능 최저등급을 확보했다면 논술전형을 통해 입학하려는 수험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