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이 "정보 비대칭 해소해 장례 생태계 바꾼다"
입력 2024.06.17 06:00
수정 2024.06.17 06:00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 대표, 아버지 이어 2대째 장례지도사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장례문화 만들겠다"
선불식 할부 거래업 등록 완료…'100원 상조' 출시
"중고차, 웨딩, 상조 시장은 정보 비대칭 때문에 구매자가 결과적으로 손해 보는 선택을 하게 되는 업종으로 주로 꼽힙니다. 다만 중고차와 웨딩 업계는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바뀌고 있지만, 상조업계는 아직 바뀌지 않아 투명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송슬옹 고이장례연구소(고이) 대표는 지난 5일 데일리안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보 비대칭으로 얼룩진 상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대 출신 MZ 장례지도사…"장례 문화·사업 바꾸겠다"
송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벤처경영학을 전공했다. 주변에서 '서울대를 졸업하고 왜 장례 스타트업을 창업하냐'는 질문을 매번 받는다는 송 대표. 장례 지도사인 아버지와 꽃집 운영으로 근조화환을 판매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덕분에 남들보다 해당 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송 대표는 "상조업계 자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죽음이 익숙하지 않아 젊은 사람이 장례 스타트업 창업을 한다며 의아해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장례식장에 자주 드나들며 해당 사업이 터부라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의 일을 종종 돕던 송 대표는 20살 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애 첫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 송 대표는 "직접 장례식을 치르니 실제 친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시간보다는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죽음의 가치는 개인마다 다른데 같은 절차로 진행되기보다 색다른 변화를 주고 싶었고, 추후에 부모님의 장례식을 특별하게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자격증을 취득해 프리랜서 장례 지도사로 활동했다. 다만 현업에 뛰어드니 상조업계의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바로 정보 비대칭이다. 장례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서로 정보를 공유할 커뮤니티가 없다. 일부 상조회사는 효심을 자극한 마케팅으로 유가족에게 과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송 대표는 "가족의 죽음을 치르는 장례식에 돈을 아끼게 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죄책감을 유발해 서비스를 강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례 문화와 사업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이를 창업했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장례정보 플랫폼 통해 투명한 정보 공개"
고이는 지난 2021년 9월 설립됐다. 데이터와 IT 기술을 통해 투명하고 정직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례 스타트업이다. 현재 임직원은 20명으로, 94년생인 송 대표를 필두로 내부 조직원의 평균 연령은 20~30대로 꾸려졌다. 고이에 소속된 장례 지도사는 전국에 100여명이다.
고이의 서비스는 크게 장례정보 플랫폼, 후불식 상조 서비스, 선불식 장례 서비스로 나뉜다. 고이 홈페이지가 장례정보 플랫폼 역할을 한다. 실제 장례식장 후기, 공개할 수 없는 장례식장 시설, 비용, 장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임종 전, 임종 후, 장례 후 등 절차에 맞춰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가이드북도 있다. 홈페이지에만 접속해도 모든 장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송 대표는 "한 달에 장례 관련한 검색 건수는 65만건에 달할 만큼 정보를 알고자 하는 수요가 높은데, 장례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가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고이가 제공하는 데이터셋은 40만개으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불식 상조 서비스의 모토는 높은 품질, 낮은 가격이다. 상담과 장례 지도사 모두 직영으로 계약 맺어 높은 품질을 제공한다. 고이 홈페이지 온라인 상담을 통해 장례 방식, 조문객·상주 숫자, 장례식 형태 등을 파악한다. 24시간 내내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미리 파악한 정보로 사전에 비용을 확정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
품질을 높이면서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케팅에 드는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광고비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장례업체들은 검색 광고나 배너 광고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지만, 고이는 장례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키워 사람들이 사이트에 드나드는 유입을 자연스럽게 늘렸다"며 "이를 통해 광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정보 확인을 위해 사이트에 직접 들어오는 유입자가 많아졌고, '오가닉 트래픽' 유입은 월 5만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고이는 스타트업 최초로 선불식 할부 거래업 등록을 완료해 선불식 장례 서비스도 제공한다. 선불제 상조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선수금 8조3890억원, 가입자 수 833만명을 돌파할 만큼 수요가 높다. 다만 일부 상조 업체들이 선수금 보전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사금고로 전락하거나, 폐업으로 이용자의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송 대표는 '100원 상조'를 출시했다.
송 대표는 "일반 선불식 상조 서비스는 월 3만원부터 시작하는데, 고이는 월 100원만 내면 선불식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며 "선수금을 받아 돈을 굴리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다. 출시 일주일 만에 100여명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용객 누적 18만건 돌파…투명하고 합리적인 서비스 지속
고이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고이 홈페이지 오가닉 트래픽 방문자는 2024년 1분기 1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인 1700명 대비 400%나 증가한 수치다. 상담 건수는 월간 1000명 이상, 장례 서비스 이용객은 누적 18만건을 돌파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늘었다. 이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9점을 기록하고 있다.
벤처캐피탈(VC)들은 고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지난 2021년 카카오의 스타트업 전문 투자 자회사인 카카오벤처스가 4억원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4월 패스트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2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고이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장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장례 서비스를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여하고 싶고, 누군가가 돌아가셨을 때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