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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백시의 ‘긴급’한 기자회견 뒤에 숨은 ‘무시무시한’ 이기심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6.15 09:03 수정 2024.06.15 09:03

엑소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와 엑소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의 소속사 INB100의 갈등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고, 갈등을 공론화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결과다. 스스로 ‘권리’를 찾는 것이 타 아티스트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명분 아래 진행한 고발 과정에선, 타 아티스트는 물론 같은 그룹의 또 다른 멤버들과 팬들에 대한 배려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데일리안 DB

지난 10일 차가원 회장, 김동준 INB100 대표, 법무법인 린의 이재학 변호사가 이끈 긴급 기자회견의 골자는 SM엔터가 첸백시와의 합의서의 전제가 된 협상 내용(유통 수수료율 5.5% 약속)은 무시했으면서, ‘아티스트 개인활동 매출의 10%’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던 터라 회견 당시 취재진 사이에서도 “대체 뭐가 그리 ‘긴급’했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일 기자회견 통보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들의 대답이었다. 첸백시 측은 이미 발표한 입장문을 반복해 읽는 것에 그쳤고, 추가적인 취재진의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사안이 긴급하고 중대하다도 판단했음에도 당사자인 첸백시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백현은 아티스트인 동시에 INB100의 설립자다. 대신 차 회장이 백현과 ‘가족 같은 친분’을 강조하며 기자회견 자리에 앉았고, 그의 말을 빌려 SM엔터와 첸백시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첸백시 측은 기자회견 당시 자신들의 이 같은 고발이 ‘대의’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이들은 “백현의 노력으로 인해 다른 아티스트들도 권익을 보호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백현이 앞장서서 노력한 결과 SM엔터도 다른 후배 아티스트들과의 계약 조건을 개선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이렇게 용기를 내 권리를 주장한 보람과 결신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예고된 다른 후배 아이돌 그룹들의 쇼케이스 일정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은 이들이 내세운 명목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팬들마저 등을 돌린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첸백시 측의 ‘사탕발림’ 때문이다. 이들은 엑소 활동을 위해 ‘거액의 계약금’을 포기했을 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SM엔터의 계약연장 조항의 부당함을 문제 삼으면서도 첸백시는 “엑소와 엑소를 사랑하는 팬 분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위축된 마음으로 재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엑소 멤버인 수호는 지난달 31일 솔로 앨범 ‘점선면’을 발매하고 활동 중이며 주연으로 출연 중인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가 종영을 앞두고 방영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드라마 종영을 맞아 14일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도 진행한다. 앞서 지난해 SM엔터와 첸백시의 갈등이 처음 드러났을 때에도 수호는 ‘모차르트!’ 프레스콜에서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다. 사실상 활동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엑소의 완전체 컴백도 불투명진 상태다.


그나마 SM엔터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INB100이 내용증명 공문을 보냈을 당시 이를 문제삼지 않은 것을 두고 “엑소 멤버 중 디오, 첸, 수호가 각자 개인 앨범 및 콘서트, 작품을 통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여, 그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팬들 역시 “팬들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엑소와 팬을 생각했다’는 첸백시 측의 입장보다 “엑소 멤버로서의 권리와 이점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SM엔터에게 여론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SM엔터의 법적 대응을 두고 “무시무시한 칼을 뽑아 들었다”며 정산금청구소송 제기 등으로 맞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INB100의 여론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법적인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테지만, 그 뒤에 숨겨진 멤버들과 팬들에 대한 배려 없는 이기심이 들통난 이상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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