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프랜차이즈 ‘피자업계’, 1인가구 공략 속도내나
입력 2024.06.13 08:27
수정 2024.06.13 08:27
간편식 냉동피자 급부상…가성비·품질‧다양성 중심 ‘급성장’
도미노‧피자헛/, 1인전용 피자 출시 등 주도적 변신 시도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가 주타깃층을 대폭 확대해 1인가구 붙잡기에 나섰다. 최근 냉동피자가 급부상하면서다. 식재료 가격과 배달료 인상 등의 여파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격은 크게 치솟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피자는 종류와 품질이 다양해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13일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냉동피자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19년 900억원에서 지난해 1685억원으로 4년 새 90%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의 규모가 지난 2017년 2조원대에서 2022년에는 1조2000억원대까지 축소됐다.
과거 냉동피자는 질기고 딱딱한 도우, 빈약한 토핑 등으로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족이 컸다. 그러나 대형 식품업체들이 뛰어들면서 해외 기술력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 및 개발을 통해 맛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또 적당한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도 맞아 떨어졌다. 배달 피자보다 저렴한 가격이 부각되면서 배달 피자 대신 냉동 피자로 소비가 이동하는데 큰 힘으로 작용했다. 배달 피자 한판당 평균 가격은 2만원~2만5000원대를 훌쩍 넘어서지만, 냉동피자 가격은 5000~8000원대로 저렴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차별화한 설비를 도입하고 기존 냉동피자의 불만족 포인트 도우와 토핑을 개선하는 등 노력하면서 소비자들의 냉동피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고, 그 결과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프리미엄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성장이 멈춘지 오래다. 도미노피자(운영사 청오디피케이), 한국파파존스, 피자알볼로(알볼로F&C), 한국피자헛 등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5곳 중 지난해 영업이익을 낸 곳은 도미노피자와 한국파파존스 두 곳뿐이었다.
실제로 업체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장 수는 줄고, 재무상태도 악화됐다. 저가 피자 브랜드가 난립하는데다, 대부분 브랜드가 배달 전문 매장으로 돌아서면서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매출 역시 방문객 수와 비례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프랜차이즈 피자 업계는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올인하고 있다. 4인 가구를 타깃으로 가격대 높은 프리미엄 피자로 고급화 전략을 펼침과 동시에, 1인가구 붙잡기에 나선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1인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해서다.
특히 피자 업체들은 기존의 전략과 달리 가성비 신메뉴를 잇달아 선보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신생 업체 진입에 따른 경쟁 과열, 냉동 피자 시장 성장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데다, ‘피자는 비싼 음식’이라는 인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도미노피자는 가성비와 색다른 맛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포장 시 1만5900원부터 주문할 수 있는 ‘해피 데일리 피자’ 5종을 최근 출시했다. 10대가 선호하는 식자재 1위로 꼽히는 마라와 맥앤치즈(마카로니 앤드 치즈) 등을 활용해 다양한 맛으로 구성했다.
이밖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피자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피자알볼로도 올해 초 6500~9500원짜리 ‘퍼스널 피자’를 선보였다. ‘목동피자’ 등 인기 메뉴 14종을 1만원 미만의 싱글 사이즈로 내놓았다.
한국피자헛도 최근 ‘치즈킹’ 등 3만원대 프리미엄 피자 3종을 2만원대로 낮춰 한정 판매했다. 또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US 오리진 제품 S 사이즈로 출시해 1인 가구도 손쉽게 피자를 접할 수 있도록 선택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자는 치킨만큼이나 외식 업계에서 입지가 큰 메뉴지만, 시장의 대세가 된 1인 가구가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전략 메뉴를 시작으로 보다 차별화된 메뉴 구성으로 피자 시장 내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질 계획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