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와 공감하는 1939시네마의 문화적 가치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6.07 14:00
수정 2024.06.07 15:28
[작은영화관 탐방기⑤] 가평 1939시네마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역 문화 활성화 한 축으로
가평군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 영화관 사업에 선정돼 1939시네마를 설치했다. 1939 시네마는 가평읍 석봉로에 위치한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내에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 뿐만 아니라, 가평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용이하다. 2개의 상영관으로 1관은 90석, 2관은 48석,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준하는 최신 음양설비를 갖췄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도시의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한 관람료다. 2D 영화는 7000원, 3D 영화는 9000원에 영화를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 1939시네마 안에 들어서면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북카페다. 1939시네마가 들어서기 전, 개봉관이 없어 영화를 보려면 멀리 나가야 했던 이 공간에 영화, 음악, 책이 한데 어우러져 가평 주민들의 든든한 '문화 지킴이'라는 인상을 줬다.
1939시네마를 운영은 사랑과 평화의 베이시스트이자 음악 프로듀서 송홍섭 대표가 운영 중이다. 송홍섭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가평에서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팬데믹 동안 부침을 겪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1939시네마를 이끌고 있다.
"문체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어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없이 운영 중이다 보니 입장료만으로 살림을 하고 있어요. 어려움도 있었지만 계속 해나가고 있는 이유는 50년 만에 이곳에 영화관이 생긴 거거든요. 여기서 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으로서 잘 관리하고 싶어요. 이제는 팬데믹도 지나고 노하우가 생겨서 잘 유지되고 있어요. "
송 대표는 첫 개관했을 당시로 시계를 돌렸다.
"대부분 상영관을 비디오 방식으로 생각 하셔서 대관 시간이나 이런 개념들을 잡아가는 데 오래 걸렸어요. 지금은 개봉 영화 상영 포맷이 잘 만들어져서 일상에서 언제든지 오셔서 관람하기 불편함이 없어요. 다들 저렴한 가격에 최신작을 볼 수 있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도시에 나가면 할인을 해도 1만원이 훌쩍 넘어가잖아요. 가족이 영화 한 편 보려면 대단한 지출을 해야 하는데 여기는 입장료가 1만원을 안 넘기니까요. 매점 식품 가격도 올리지 않아요. 사실 이건 주민들에게 봉사하자는 마음도 있지만 저의 전략이기도 해요.(웃음)"
"영화·음악의 융합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사람들 유입"
1939시네마에서 낸 수익은 군과 배분한 후, 일정 수익금은 복지사업에 사용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름다운 음악회'다. '아름다운 음악회'는 어린이들에게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음악인 답게 영화와 음악이 결합된 복지사업이다.
"음악의 영향력은 매우 강해 순기능과의 균형을 갖추지 못한 상업적인 음악들은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이러한 현대의 대중문화 환경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아름다운 음악들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순기능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에 해봤더니 너무 반응이 좋았어요. 저는 이런 일에 보람을 느껴요."
또 하나 진행 중인 공연은 'OST FESTA'다. 작은영화관 1939시네마와 조종시네마에서 카테고리별로 나누어진 총 22곡을 전문 해설자의 설명과 함께 송홍섭 앙상블 17인의 연주 공연을 지난해 성황리에 끝냈다. 송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잘 꾸려나가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 외지에서 전입해 오는 사람들에게, 관광객들에게 영화도 보고 음악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은 영화관이 자리 잡으면서 영화 음악만으로 콘서트를 하는 걸 지속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음악, 오스카 수상한 음악들 콘서트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제 작은 영화관이 경쟁력이 생겼어요. 여기는 음악 공연장도 제가 공을 엄청 공을 들여 만들었어요. 첫 녹음을 조수미 씨 모셔서 하기도 했고요. 조수미 씨 앨범 녹음하려면 유럽에서 기술진이 넘어와 합당한 곳인지 다 점검을 하는데 그걸 다 통과했고요. 원래 톱 클래스 분들을 모셔서 활용하려고 했는데 팬데믹이 변수가 됐어요. 활용을 못하고 있지만 자체 공연을 하면서 차근차근 해보려고 하는 거죠."
이 계획들은 1939시네마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꿈꿀 수 있게 됐다.
"영화관이 자리를 못 잡았으면 이런 생각을 안 할 텐데, 이제는 어떤 여지가 생겼으니 잘 유지하면서 종합적인 상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결국 송홍섭 대표가 1939시네마를 통해 주민들과 나누고 싶은 건 '공감'이다.
"대중음악가라서 그런지,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이것저것 해도 공감하지 못한다면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 것에서 저는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껴요. 대단한 사명감 같은 건 없어요. 즐거우니까 계속 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