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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거래량이 1000주 밑…국내 ETF 10개 중 1개 ‘좀비’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입력 2024.06.06 07:00
수정 2024.06.06 07:00

856개중 86개가 초저유동성

일주일간 거래량 제로 상품도

“일부 퇴출 통한 선순환 구조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 중인 가운데 시장의 건전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ETF 10개 가운데 1개가 순자산총액이 50억 미만이거나 일주일 거래량이 1000주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ETF의 경우 순자산총액이 50억원 아래로 떨어지거나 순자산가치와 기초지수·거래가격의 차이(추적오차)가 지속적으로 너무 클 경우 등에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가운데 상장폐지 위험이 있는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 ETF는 86개로 집계됐다. 현재 ETF 상장종목 수가 856개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가 ‘좀비 ETF’로 분류되는 것이다.


거래량이 미미하거나 아예 전무한 ETF도 있다. 지난 일주일(5월29일~6월5일) 내 거래량 1000주 미만인 ETF 또한 85개에 달했다. 흥국자산운용의 ‘HK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채선물3년인버스’ 등은 거래량이 ‘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종목의 거래 부진은 일시적 상황이 아니다. HK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의 올해 총 48주, KODEX 국채선물3년인버스는 110주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특히 ACE 국채선물3년인버스는 지난 5월 14일에 2주가 거래된 후 이날까지 15거래일 동안 거래가 단 한 주도 없었다.


최근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ETF를 출시하고 있지만 반도체와 2차전지, 미국 주식과 채권 등 특정 일부 섹터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나머지 ETF들은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종비 ETF 중에서는 단기 테마에 편승해 상장한 종목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열풍이 거세지면서 메타버스 ETF가 시장에 연이어 등장했지만 현재 성과는 미미하다.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와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는 상장 초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날 거래량은 각각 18건, 138건에 불과했다.


이런 좀비 ETF의 문제는 투자자들 손실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좀비 ETF의 경우 유동성이 낮다 보니 소수의 거래만으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보고 투자를 매수를 했지만 이후 ETF를 팔지 못해 돈이 묶여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좀비 ETF를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운용사들은 신상품 상장에는 열심인 것에 비해 자진상폐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5일 기준 신규 상장된 ETF는 61개인 것에 반해 상장 폐지된 상품은 3개로 집계됐다.


최근 KB자산운용이 리브랜딩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순자산 50억원 이하 14개 ETF를 정리하기로 한 것과 한화자산운용이 2개 ETF를 자진 상장 폐지한다고 발표한 것을 포함해도 19개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특정 테마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바로 이를 추종하는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유사한 상품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래가 원활하지 않거나 규모가 작은 ETF는 빠르게 퇴출하고 특색있는 상품을 상장시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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