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盧 추도식 집결…'李 일극체제' 반발 감지, '친문·비명' 결집 가시화되나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5.24 00:00
수정 2024.05.24 00:00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
이재명·문재인·김경수 등 明·文 한 자리에
金, 친문계 만날까…복권시 비명 결집론에
李 세력 공고화에 '역할론 불투명' 반론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인사들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엔 이재명 대표 외 '문재인의 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인사들도 참석했다. 민주당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한 만큼, 정치권에선 추도식을 계기로 비명(비이재명)계 세력화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친문·비명계의 세력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총선 압승을 이끌면서 비명계가 움츠러들고 당 전체가 친명으로 뒤바뀌는 듯 했지만,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등에 업은 추미애 당선인이 예상 외 패배하면서 당내 견제 세력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이재명 일극체제'에 반감을 가진 '샤이 비명'이 결집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친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추도식 참석을 위해 영국 유학길에서 일시 귀국하면서다.
김 전 지사는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물으며 2시간가량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다음 달 초 다시 출국해 영국과 독일에서 유학을 이어간 뒤 연말 쯤 완전히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에선 김 전 지사가 친문·비명 세력을 결집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직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야 한다"며 자신의 역할론에 선을 그은 김 전 지사지만, 이 대표 체제에서 힘을 잃은 친문·비명계를 규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귀국 시점을 묻자 "너무 오래 나가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계 복귀를 암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계파 색채가 옅은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찬대 원내대표까진 '친명 투톱 체제'로 대정부 투쟁 확보라는 명분을 삼을 순 있다"면서도 "중립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장까지 당대표의 의중이 향한 인사로 채우는 데 대해선 상식이 있는 의원이라면 반감이 생겼을 것이다. 최근 김성환 의원의 '나는 우원식을 뽑았다'는 커밍아웃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계기로 김 전 지사가 당내 친문·비명 인사들과 접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친문계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지사와 친문 인사 간 만남에서 지난 총선 공천 파동 문제, 김 전 지사의 복권과 향후 거취 등에 대한 대화 정도는 오고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용진·박광온·전해철·윤영찬 의원 등 친문계로 거론된 인사 상당수가 컷오프(공천배제) 되거나 현역 의원 하위 평가 10~20% 통보를 받았다.
김 전 지사 복권은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지난 2021년 7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복권 없이 사면 되면서 2027년 12월 28일까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복권 될 경우, 이르면 올해 안에 정계에 복귀해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해석이다.
친문계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대통령의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전 지사가) 역할을 해야 될 때가 되면 해야 된다고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복권 되더라도 친명 체제가 공고화 된 현재로선 김 전 지사의 역할 공간이 불투명할 거란 전망도 있다. 수도권 민주당 재선 의원은 "1년 가까이 내홍이 일다가 총선에 압승한 분위기에서 누가 내부총질을 하겠느냐"라며 "김 전 지사가 복권하자마자 자기 세력을 만들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전 지사는 추도식 이후 기자들과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조국 대표도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을 묻자 "왜 내게 물어보시느냐"며 "(김 전 지사를 복권해줄 사람은) 용산 (윤 대통령) 아니냐. 용산에 물어보시라"고 일축했다.
한편 추도식엔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을 비롯해 김 전 경남지사도 참석했다.
아울러 △김준우 정의당 대표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상대책위원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