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서 손발 묶고 '새우꺾기' 당한 모로코인…법원 "국가가 1000만원 배상"
입력 2024.05.10 08:55
수정 2024.05.10 08:55
모로코인, 2021년 강제퇴거명령 받고 외국인보호소 수용
병원 진료 요구하다 마찰…"독방서 '새우꺾기' 당했다" 폭로
법원 "새우꺾기, 피보호자에게 상당한 고통…존엄성 침해"
"보호소 측 주의의무 소홀…법적 근거 없는 장비 사용하기도"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됐다가 가혹행위인 '새우꺾기'를 당한 외국인에게 국가가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전날 모로코 출신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A씨의 청구액은 4천만원이다.
재판부는 "속칭 새우꺾기 방식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피보호자의 신체에 상당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비인도적인 조치"라며 "보호소 측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보호소 측에서 A씨를 결박하기 위해 발목 수갑, 케이블타이, 박스테이프 등 법적 근거가 없는 장비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수감 기간 받은 18건의 특별계호(보호 외국인을 별도 장소에 격리) 처분 중 4건에서는 법정 기한을 초과해 격리됐다고도 짚었다.
A씨를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는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A씨에게 행해진 폭력이 명백한 위법이었음을 명시적으로 알린 판결"이라며 "법무부는 항소하지 말고 처절히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A씨는 시민단체 이주와구금대응네트워크 측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언젠가는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며 "결코 항복하지 않고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체류하던 A씨는 2021년 3월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그는 병원 진료 등을 요구하다가 직원들과 마찰을 빚은 뒤 독방에서 손발이 등 뒤로 묶인 채 장기간 엎드리게 하는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했다고 폭로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 소장과 직원들에 대한 경고 조치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법무부는 당초 "당사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