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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사립 의대들은 내심 원했다"…내년엔 의대 증원 2000명 '꽉' 채울 듯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5.03 05:01
수정 2024.05.03 05:01

지방 사립 의대 중심으로 정부 의대 증원분 거의 100% 반영

학교 전체 이익·평판 생각하는 대학총장과 의료계 이익 우선하는 의대학장 입장 차 극명

기대 보다 많은 증원 규모에 의료계 허탈…"지방 사립대에서는 내심 원하는 상황이었을 것"

시간·명분 모두 정부가 유리한 상황…"필수의료 수가조정 등 정부는 아직 써먹을 카드 남아 있어"

충북대 의대 교수 등 200여 명이 지난 29일 내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교무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이 1500명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2026학년도에는 정부의 증원 목표치인 2000명이 꽉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년도에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모집정원 증원분을 50~100% 내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증원분을 거의 100% 반영했기 때문이다.


교육계와 의료계는 학교 전체의 평판과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대학총장과 의료계 이익을 우선하는 의대학장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내년도 대입 모집요강이 확정되고 수시원서가 접수되는 6월 이후에는 입학정원을 재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만큼, 시간은 정부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전날까지도 증원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던 전남대가 이날 기존 125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에서 38명 늘린 163명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아직 정원을 확정하지 않은 차의과대를 제외한 31개 의대의 증원분은 모두 1469명으로, 차의과대의 증원분 40명까지 반영될 경우 최종 증원분은 1509명이 된다.


당초 의료계에서는 입학정원 결정권을 가진 각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을 막거나 최소화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쳤으나 기대보다 많은 숫자의 증원규모가 발표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이날 수도권 A대학병원 전문의는 "수도권 대학은 그나마 좀 낫지만 지방 사립대는 의대가 대학 재정을 지탱하는 학교도 있고, 다른 의대가 증원하는데 혼자 빠질 수는 없다는 분위기도 있었다"며 "대학 총장 입장에서는 이번 의대 증원이 학교의 인지도와 수입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수도권 B대학병원 전문의는 "국립대가 증원분 50%만 반영하면 사립대도 어느정도는 (50% 반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사립대가 거의 동참하지 않으며 정부가 의도하던 대로 판이 흘러가는 분위기다. 내년엔 아마 국립대도 증원분을 100% 반영해서 2000명을 꽉 채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의대 운영 대학 총장들과 영상간담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의료계가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지만 시간은 정부에게 좀 더 유리한 상황이다. 내년도 대학입시 모집요강이 확정 발표되는 6월 이후로는 의대 정원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남은 한 달 남짓한 시간 내에 의료계에서 정부가 수용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내년도 대입 정원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에서도 단체별로 제각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정부와의 협상력 측면에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이날 취임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신임 회장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내걸고 정부와 협상을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의협과 협의체 구성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며 "임 회장의 독단적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의협 42대 집행부의 당연직 정책이사지만 이날 취임식에도, 취임식 1시간 전에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여전히 정부는 아직 '써먹을 카드'가 남아있어 좀 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한 개원의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 필요성을 모두 인정했다는 점에서 실제 상황이야 어떻든 이미 정부가 정치적 명분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총선이 끝났음에도 국민 여론은 여전히 의대 증원에 우호적이라는 것도 정부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료계가 문제삼는 필수의료 수가조정 등은 정부가 명분만 있으면 언제든 꺼내들고 의료계를 달랠 수 있는 카드"라며 "정부에 투쟁하려는 쪽과 협상하려는 쪽으로 의료계가 갈라지면 결국 정부가 이기게 된다"고 평가했다.


또 "다소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카지노를 예로 들어 보자. 강원랜드를 제외한 카지노는 다 외국인만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외화 획득 측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다 이해한다"며 "이와 비슷하게 외국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영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이슈화시킨다면 이를 어떻게든 유치하려는 쪽과 무산시키려는 쪽으로 의료계는 갈라지게 된다. 아직도 정부는 의료계를 분열시킬만한 카드가 몇 가지는 남아있다"고 전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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