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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고율관세에 中도 보복관세로 맞선다…무역전쟁 재점화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04.29 21:27
수정 2024.04.29 21:33

한국,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 기대…장기적으론 큰 타격받을 듯


지난 25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컨테이너항에서 수출용 비야디 전기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고율관세를 겨냥해 보복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매긴 국가를 대상으로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내용의 관세법을 제정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지난 26일 제9차 회의에서 올해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관세법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세금혜택부터 관세보복에 이르기까지 중국 수출입 관세와 관련한 다양한 조항을 담고 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상대국가가 중국을 때리면 중국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핵무기’와 비슷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조항은 관세보복을 사실상 예고한 제17조다. 이 조항은 중국과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상대 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앞으로 미국 등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맞불 관세’를 놓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베이징의 로펌 DHH의 린치안 수석 파트너는 “이 같은 보복 원칙이 법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이번 관세법 통과는 중국과 서방 간 경제 갈등 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세를 이용한 상호 보복이 이어지면 중국과 서방 경제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이 심화되고 글로벌 분업체계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톰 오를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대형 관세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과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EU는 그동안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를 막기 위해 중국산 주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7일 현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재집권하면 중국을 적성국으로 분류해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EU도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정부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강제노동 수입품을 금지하는 ‘공급망실사지침’을 가결하는 등의 견제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보조금 조사는 오는 11월 마무리되지만 이르면 오는 7월 잠정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유럽은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 중인데, 관세를 인상할 경우 중국 자동차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서방이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고 있으며 이런 조치가 서방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관영 영문매체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은 중국이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자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관세와 제재, 수출 및 투자 통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부분의 관세는 미국인이 납부했고 이는 미국 소비자, 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EU와 중국 간 무역전쟁 전운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중 간에 무역전쟁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연간 수출에서 각각 19.7%, 18.2%를 차지하는(지난해 기준) 1·2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각에서 나온다. 일부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교역량이 위축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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