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형, 당선되면 잔디 알지?"…김재섭의 특별한 선거운동
입력 2024.04.09 00:30
수정 2024.04.09 09:22
학생들 사이 SNS 스타 '잔디 공약' 화제
예능 출연 계기 2030에서도 인기 몰이
"이번엔 꼭"…장년층, 아들 보듯 걱정
'도봉갑 격전' 한동훈 3번째 방문 예고
"형, 당선되면 학교에 잔디 깔아준다는 약속 지켜요!"
8일 신창시장 인근에서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김재섭 서울 도봉갑 후보에게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외친 말이다. 사연을 듣자 하니 이렇다. 도봉갑에는 노곡중·창일중·창북중·창동고·효문중고 등 학교들이 있는데 잔디 운동장이 없거나 열악한 상태다. 그래서 공약을 했더니 학생들 사이 SNS를 통해 쭉 퍼졌다고 한다.
이미 김 후보는 인스타 팔로워 중 3000여 명이 초중고생일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인으로 통한다. 그가 보여준 SNS 내용의 상당수는 "재섭이 형 전단지 보면서 나 기도하고 있어" "재섭이 형 저 창일중 다니는데요" 등 대부분 '재섭이 형'으로 시작했다.
여학생들도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선거운동원을 대동하지 않고 거의 혼자 다니다 보니 오히려 학생·주민들이 더 쉽게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았다. 창동역 1번 출구 주변에서 쭈뼛거리며 오는 여학생 둘을 본 김 후보가 "우리 저번에 한번 봤지? 얼굴이 익은데?"라고 말을 건네자, 배시시 웃으며 "우이천에서 만났었어요"라며 즐겁게 기념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떠나는 학생들에게 김 후보는 잊지 않고 "응원 많이 해줘"라고 당부한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으로 'V' 표시를 하며 화답했다.
20대 청년층에서도 김 후보를 알아보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웨이브를 통해 방영됐던 예능 '더 커뮤니티'의 영향이 컸다. "꺅! 슈퍼맨(예능 속 별칭)이다"라고 외치며 셀카 요청을 하는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대 중반의 한 남성 지지자는 김 후보의 창동역 저녁인사 일정을 확인하고 기념사진을 위해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기뻐하던 청년은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 있게 할 말은 하는 모습, 본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김 후보가 내 롤 모델"이라고 했다.
실제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와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소장파로 통한다. 붉은색 선거운동복이 아닌 흰색을 더 즐겨 입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론이라고 무조건 따르지 않고 필요할 때는 날선 비판도 하는 게 다양성을 넓히고 궁극적으로 당을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 때문에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적도 많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마음은 아들을 보는 듯 짠했다. "아이고 김 후보, 이번에는 꼭 당선돼야 할 텐데"라며 후보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한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의미다. 60대 한 여성은 "여론조사에서 밀리던데 어떻게 어떻게"라며 발을 동동 구른다. 오히려 김 후보가 "걱정 마세요. 반드시 이깁니다"라고 다독인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은 있었다. 창동역 1번 출구에서 김 후보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서던 40대 한 남성은 "이미 사전투표에서 1번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기에서는 김재섭이 당선되는 게 맞긴 한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창동역 1번 출구 정반대 편인 2번 출구에서는 이날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 후보 배우자 김예린 씨의 저녁인사 동선이 겹쳐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4월 말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이지만 아침·저녁 인사만큼은 빼놓지 않고 참석 중이다. 특히 이날은 안 후보가 옆에 있어 목소리에 더 힘을 줬다고 한다. 동시에 선거운동을 끝내고 고생한 자원봉사자들끼리 서로를 다독이는 훈훈한 모습도 있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도봉갑을 승리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하고 막판 힘을 모으고 있다.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9일 첫 일정으로 도봉갑을 방문한다. 한 위원장의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바닥 민심은 어느 때보다 좋다"며 "민심을 표로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