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혐의 무관 보관정보 악용 불가…대검 예규는 개정해야"
입력 2024.04.08 04:05
수정 2024.04.08 09:26
황성민 전주지검 형사2부장, 지난해 12월 단국대 법학연구소 학술지에 논문 게재
"검찰의 혐의 무관 정보보관, 향후 재판서 디지털 증거 검증 위해 예외 허용되는 것일 뿐"
"압수된 전자정보를 향후 수사 단서로 활용 가능하다는 근거로 삼기는 어려워"
"대검 예규 따르면 10년간 보관 가능…사생활 비밀 등 정보 주체의 기본권에 타격 줄 가능성"
혐의 사실과 무관한 디지털 정보를 압수해 장기간 보존하는 검찰의 관행에 대해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가 해당 정보의 악용 우려가 없다면서도 대검 예규를 개정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성민 전주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단국대 법학연구소 학술지 법학논총에 '수사기관에 보관 중인 압수된 전자정보의 재압수에 관한 최근 판례 동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황 부장검사는 논문에서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검찰이 디지털증거 업무관리시스템(디넷)에 보존 중인 전자정보를 별건 수사에 악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넷에 보관 중인 전자정보를 압수해 취득한 증거와 관련해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이는 범죄혐의와 관련 있는 압수정보에 대한 상세 목록 작성·교부 의무와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에 대한 삭제·폐기·반환 의무를 사실상 형해화한다"는 2022년 8월 서울고법 판결을 언급했다.
이런 식의 수사가 해당 판결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절차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반한다"고 적시됐고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만큼 보관된 전자정보를 재압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별건 수사를 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황 부장검사의 논리이다.
그는 검찰의 '혐의와 무관한 정보' 보관은 향후 재판에서 사건 관련 디지털 증거를 재현·검증하기 위해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일 뿐이라며 "압수된 전자정보를 향후 수사의 단서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도 포렌식 기술의 한계상 휴대전화에서 사건 관련 전자정보만 선별해 압수할 수 없는 문제와 최소한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증거 검증을 위해 사건 내용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보관할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수사기관이 압수된 전자정보를 보관하는 것 자체에 위법 사항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 부장검사는 다만 압수한 사건 무관 전자정보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대검찰청 예규에 대해서는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현행 예규에 대해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도 공범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재심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공소시효 만료 또는 판결 확정 후 10년간 이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내란죄·외환죄 등 특정한 죄목의 경우 영구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황 부장검사는 수사기관이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사실상 무한정 보관하는 것에 대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해당 정보 주체의 기본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최근 판례 동향 등을 참고로 할 때 이제는 보존기간 등에 관한 내용의 개정 작업을 타진해볼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