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파란색 1' 관계자 징계 결정에도 반성하지 않는 MBC"
입력 2024.04.04 21:23
수정 2024.04.04 21:24
MBC노동조합(제3노조), 4일 성명 발표
오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 27일 뉴스데스크 날씨에서 ‘파란색 숫자 1’을 강조한 그래픽을 사용하며 “1,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멘트한 내용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고 보아 ‘관련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심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당일 서울시내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이 아니어서 뉴스 가치가 없었다”는 점, “순수한 날씨 정보였다면 그래픽 ‘1’ 옆에 미세먼지 농도”라고 자막이나 단위를 표시했어야 했다는 점, 선거운동 기간 미디어가 전하는 내용은 유권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볼 때, 해당 보도가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의견진술에 나선 A 취재센터장의 반발이 가관이다.
그는 “가벼운 날씨 보도에 정치 프레임을 씌워 공격한 것을 선방위에서 정색하고 심의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날씨 보도가 편파보도에 해당한다는 것은 국민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건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 자체가 언론 탄압”이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 많은 유권자가 화면을 보고 ‘선거’와 ‘정당’을 연상했다면 선거개입행위
이 사안이 여기까지 온 것은 오히려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MBC의 태도 문제가 크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유권자의 선택은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공영방송과 같은 중요 매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중요 매체인 MBC 뉴스가 갑자기 선거방송이나 선거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한 크기의 파란색 1을 화면에 육중하게 내리꽂는 것 자체가 상당히 상징적이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게 된다.
그 ‘1’이란 숫자에 대해 ‘1, 오늘 서울은 1이었습니다’라고 멘트한다면 도대체 이게 날씨 얘기인지 선거 얘기인지 헷갈리게 된다.
더욱이 그 ‘1’이라는 그래픽은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다. 특정 정당에게 그런 이미지를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후에 시청자들이 ‘아, 미세먼지 얘기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해도,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선거와 투표를 연상하게 되었다면 이미 선거에 개입한 표현행위다.
미디어의 의미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시청자들이 부여한 의미가 합쳐져서 완성된다. 아무리 A 센터장이 ‘단순한 날씨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 영상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영향을 미쳤다. 불공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의견진술을 하러온 A 센터장이 이 부분을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뒤 해당 영상의 삭제와 함께 제재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마땅하다. 처음부터 MBC가 그런 의사를 밝혔다면 이렇게 관계자 징계라는 엄중한 제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의견진술 자리에서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한 박범수 센터장의 표현 자체도 ‘MBC가 탄압받고 있다’는 프레임을 선거판에 던지는 정치적 행위다.
반성 없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MBC와 MBC 간부들의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MBC는 쌓이는 벌점이 회사의 미래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2024.4.4.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