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삼성 AI 초연결 전략... "말귀 알아듣는 가전 다 모여"
입력 2024.04.03 13:24
수정 2024.04.03 13:25
한종희 "한번에 신제품 공개하는 원 론칭, 연결성 강조"
한국 시작으로, 미국·프랑스에서도 동일한 마케팅 개최
中이 장악한 로봇청소기, '가전명가' LG 냉장고에 도전장
"삼성, 업계 최초로 IoT 보안, 최고 등급 다이아몬드 획득"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가전 시장 공략이 진화하고 있다. 그간 개개별 AI(인공지능) 기반 기능 홍보에서 다양한 가전끼리의 초연결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한 '원 런칭'은 신제품 비스포크 라인업을 한자리에 모아 공개하는 방식으로, 경쟁사인 LG전자의 AI가전과는 또다른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로 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신제품 론칭 미디어데이 '웰컴 투 비스포크 AI(Welcome to BESPOKE AI)'를 열고, AI 기반으로 연결성과 사용성이 업그레이드된 신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비스포크 AI 인덕션', '비스포크 AI 콤보',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등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하고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다.
비스포크 AI는 삼성전자만의 독보적인 AI 기능이 '스마트싱스(SmartThings)'의 초연결 생태계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맞춰주는 제품이다. 올해는 진화한 AI 기능과 대형 터치스크린 기반의 'AI 홈', 음성 인식 '빅스비(Bixby)'를 통해 집안에 연결된 모든 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어, 설치 공간과 제어 방식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AI기능을 대폭 강화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업계에서 AI 기술의 확산을 리드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이 가정 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을 통해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완성할 것이고 안심하고 AI를 쓸 수 있도록 보안을 최우선에 두고 제품 개발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일손 돕는 '말귀 알아듣는' 가전
이날 최초 공개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의 경우 그간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던 국내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제품이다. AI로 더욱 진화된 바닥·사물·공간 인식 능력을 갖춘 것이 특징으로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모두 수행한다. 170만 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DNN(Deep Neural Network) 모델을 기반으로, 전면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다양한 사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다.
자동 물걸레 고온 스팀 및 세척은 물론, 열풍 건조로 냄새와 위생 문제도 잡았다. 또한 이전 모델보다 업그레이드된 dToF 라이다(LiDAR) 주행 센서로 최대 8m 앞, 기존보다 79% 더 넓은 면적을 감지하고, 3차원 맵뷰(Map View)를 생성해 실제 집과 유사한 지도를 휴대전화에 보여준다.
2024년형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신제품은 집안에서 가장 오랜 시간 전원이 켜져 있는 냉장고에 ‘AI 하이브리드 쿨링’ 기술을 탑재, 평소에는 고효율의 AI 인버터 컴프레서만 단독 운전해 에너지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다가 한여름처럼 냉장고 사용량이 급격하게 많아지면 펠티어 소자가 함께 작동하도록 한다. 에너지소비효율이 국내 최고 등급인 1등급 최저 기준보다도 30% 더 높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도 삼성이 야심차게 준비한 AI 가전이다. 약 100만 장의 식품 사진을 학습한 비전 AI 기술로 스마트한 식재료 관리를 도와준다. 내부 카메라가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인식하는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을 토대로 보관된 식품의 푸드 리스트를 만들어주고, 사전에 설정한 보관 기한이 임박해지면 알림도 준다.
3일 공개된 삼성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얇은 휴대폰 충전기나 양말 등의 사물도 알아서 회피해 지나갈 수 있도록 170만 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DNN(Deep Neural Network) 모델 기반 카메라 센서가 탑재됐다.ⓒ임채현 기자
"가전 연결 핵심은 보안... LG전자보다 뛰어나" 자신감
삼성전자가 이날 로봇청소기 및 냉장고 신제품을 강조한 배경은 따로 있다. 바로 '보안' 강점을 앞세우기 위해서다. 한종희 부회장은 "AI 가전 연결의 핵심은 보안"이라며 "카메라가 달려있는 냉장고나 로봇청소기는 사생활 보안 문제와 직결된다.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및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글로벌 인증 업체 UL 솔루션즈에서 IoT 보안 안전성을 검증 받아 업계 최초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고 했다.
UL 솔루션즈의 IoT 보안 등급은 스마트 가전의 해킹 위험성과 보안 수준에 대한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브론즈부터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까지 총 5단계의 등급으로 나눠 부여된다.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등급은 ▲악성 소프트웨어 변조 탐지 ▲불법 접근 시도 방지 ▲사용자 데이터 익명화 등의 항목에서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경쟁사인 LG전자의 냉장고가 사물인터넷 보안 평가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것에 비해 삼성의 가전 보안이 뛰어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 모든 연결된 제품에는 고객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삼성 녹스가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친환경'과 '접근성'을 재차 강조했다.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과 고령층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는 접근성 향상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들어낸 업가전" 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AI가 처음 나온건 80년대 학회다. 시초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빨리 혜택을 누리게 하고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향후 소비자들이 직접 양판점에서 삼성 가전의 초연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목표도 내비쳤다.
전세계 동일한 마케팅... AI로 뭉친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제품 출시 관련 전략을 완전히 바꾼 상태다. 가전을 계절별로 순차적으로 내놓던 기존 방침을 폐기하고, 동시에 공개하는 '원 론칭' 전략을 미국, 프랑스, 한국에서 동시에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부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기존 출시 효과보다 높은 마케팅 효율을 기대할 수 있고, 모아놓고 한번에 볼 수 있어 연결성을 보다 잘 누릴 수 있는 경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날 "유럽, 북미와 한국이 시차가 있지 않느냐, 몇 시간 뒤 현지 시간이 낮이 되면 동일한 형태의 미디어데이가 현지에서 열릴 것"이라며 "기존에는 현지 판매 전략이 한국과 좀 다르게 가는 측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AI'라는 하나의 원칙을 세워두고 전세계 동시에 하나의 마케팅으로 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단순히 동시 연결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했다. 2024년형 비스포크 제품에 휴대전화가 리모컨 역할을 대신하는 '모바일 스마트 커넥트' 기능도 새로 도입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에어컨,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는 휴대전화와 제품 간 거리가 10m 이내가 되면 휴대전화에 자동으로 리모컨 팝업이 뜬다. 팝업 화면에서 바로 전원 제어와 모드 선택, 온도 설정까지 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기반의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스마트한 기능을 항시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포워드(Smart Forward)' 서비스도 신규로 도입했다. 스마트 포워드는 세탁기의 오토 오픈 도어 기능, 스틱청소기의 전화 알림 표시와 같이 새로운 기능의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신규 업데이트가 있을 때에는 제품의 스크린이나 모바일 앱의 푸시 알림을 통해 간편하게 업데이트를 알려준다.
빅스비 음성 지원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연내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를 도입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가 가능해진 것이다. 예컨데 "안방이 습해"라고 하면 제습기 및 에어컨을 동시 가동하고, "에어컨 꺼줘, TV도" 식의 연속 명령도 알아들을 수 있다. 기존에는 "빅스비, 에어컨 꺼줘", "빅스비, TV 꺼줘"라고 라고 각각 명령해야 했지만 생성형 AI가 적용되면서 동시에 말해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2024년 AI 제품은 15종이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정수기, 오븐, 큐커, 인덕션, 세탁기, 건조기, 에어드레서, 시스템에어컨,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스틱청소기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