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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조석래 별세] 기술에 대한 집념…신혼여행까지 기술연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3.29 20:10
수정 2024.03.29 20:12

'안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 중시하며 불가능에 도전

허례허식 싫어하는 소탈한 스타일…부하직원 반론도 타당하면 겸허히 수용

2004년 4월 중국 가흥 타이어코드공장을 순시하던 당시의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

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기술 중시 경영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조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 공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IT가 미래 유망업종이지만 조 명예회장이 공부할 당시 '부잣집 아들'이 공학을 배우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송재달 전 동양나이론 부회장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기술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대단히 강했으며, 영위하고 있는 사업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기술에 대한 그의 집념은 효성이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이 됐다. 효성이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로 성공한 뒤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에 도전했던 80년대 당시에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정부의 허가도 받아야 하고 기술적 기반도 약해 뛰어들기 쉽지 않았다.


경쟁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시기여서 회사 내부에서는 "이 사업을 하고 싶지만 안하는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안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정도의 어려움은 도전정신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90년 2월 HICO 창원공장을 순시하던 당시의 고 조석래 명예회장. ⓒ효성

당시 폴리프로필렌의 원료인 나프타는 선발업체들이 선점한 상황이었고, 일본에서도 구할 수 없었으나, 수소문 끝에 미국의 한 회사에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탈수소공법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개발 중인 신공법인데다 이를 상업화할 기술이 없었으나 조 명예회장은 용단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탈수소공법을 적용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구창남 전 동양나이론 사장에 따르면 공학도 출신의 조 명예회장은 치밀하게 분석하고, 기술을 이해한 뒤 확신이 들면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조 명예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은 그의 일상생활에도 반영됐다. 조 명예회장은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이탈리아 포를리라는 곳으로 갔는데, 이 지역은 동양나이론의 기술자들이 나일론 생산기술을 익히기 위해 연수를 받고 있던 곳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직접 기술연수를 신혼여행을 이 지역으로 갈 정도로 기술에 대한 열정을 보인 것이다.


1976년 11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직원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

조 명예회장은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소탈한 스타일로도 유명했다. 그는 무슨 일이건 직접 나서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무진과 토론도 많이 했고, 임원들도 생각이 다르면 조 명예회장에게 “그건 틀린 것 같다”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명예회장은 아무리 부하직원이라도 전문지식과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면 받아들였다. 반대로 잘못이나 약점을 감추려는 사람은 질타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만큼 솔직하고 소탈했다.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수행원 없이 늘 혼자 다닐 정도로 허례허식을 싫어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은 과거 일본에 출장을 갈 때는 자동차를 고집하기보다 전철을 이용했다고 한다. 멋지게 폼 잡는 것보다는 시간 약속에 맞춰 다니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전철을 이용하는 것쯤은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정철 전 효성물산 전무가 전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가 홍콩 주재원으로 있을 당시 경비실에서 ‘미스터 조’라는 분이 찾아왔다는 연락이 와서 내려가 보니 조 명예회장이 가방을 들고 혼자 서 있었다고 했다. 깜짝 놀랐지만 정말 소탈한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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