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역적”이라더니 대통령 “유연대응” 한마디에 강경책 바로 철회한 정부
입력 2024.03.25 16:34
수정 2024.03.25 16:37
복지부 “빠른시간 내 의료계와 대화 시작”
전의교협 “입학 정원·정원 배정 철회 먼저”
‘정부가 지고 의사가 이겼다’ 지적도 나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들을 행정처분 하는데 있어 그간 ‘불가역적’이라고 고수해 온 정부가 입장을 돌연 철회했다.
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전날 오후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빠른시간 내 의료계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한 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 간의 면담 직후 대통령실도 즉각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즉각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유연한 처리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도 덧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도 대통령이 의료계와 건설적 대화체를 갖도록 당부한 것과 관련 국조실과 협의해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또 빠른시간 안에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의료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적용하기로 한 면허정지 처분도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그동안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처분 절차에 대해 불가역적이라는 말로 추후 구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해 온 것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복지부가 즉각 입장을 철회한 것을 두고 잇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지고 의사가 이겼다’ ‘정부 믿고 움직인 전공의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 ‘의사는 법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총선 끝나고 흐지부지될 것’ ‘이번은 다를 거라고 비장하게 외치던 그 결기 어디갔냐’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음에도 전의교협은 예고했던 대로 사직과 진료 시간 축소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정부에 의한 입학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유연대응 즉각 수용에 이어 ‘고정불변’이라고 못을 박아온 2000명 규모에도 변화 기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간 전공의 유연 처벌도 별다른 근거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즉각 움직인 정부가 과학적·객관적·합리적 근거로 정했다는 2000명을 유지할 명분이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정책에 신뢰를 잃었다는 우려가 커지는 건 덤이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시한 유연대응이 행정처분을 아예 집행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은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데 불가역적 입장을 견지하던 정부가 한순간에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국민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신뢰 하락의 문제는 외부 요인 변화에 따라 정부가 입장을 계속 바꿀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며 “정부가 그간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해 왔으면 국민에게 쭉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고 이렇게 입장을 바꿀 수 있던 거라면 의사들에게 강경 기조를 유지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