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사람” 맹활약 속 어이없는 누의 공과
입력 2024.03.21 09:44
수정 2024.03.21 09:45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도 사람이었다.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MLB 서울 시리즈’ 공식 개막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5-2로 꺾었다.
지난 시즌 100승62패(승률 0.617)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다저스는 올 시즌 첫 경기부터 승리를 따냈다.
1-2 끌려가던 다저스는 8회 대거 4점을 뽑아 역전했다. 이때 오타니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안타(타점)를 만들었다. 개막전이자 다저스 데뷔전에서 멀티히트를 달성한 오타니는 1루에 출루해 가벼운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북미 프로스포츠 최고액 계약(10년 7억 달러)으로 지난 겨울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는 2번 타자(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어머니와 아내를 비롯해 수많은 관중들의 응원 속에서 5타수 2안타 1도루 1타점 맹활약했다. 두 차례 스페셜게임에서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스페셜 게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첫 타석은 유격수 땅볼이었다. 선두타자 무키 베츠가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병살타로 물러날 것 같았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1루를 먼저 밟아 출루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다저스 데뷔 첫 안타가 터졌다. 3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3.2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의 높게 형성된 싱커를 잡아당겨 첫 안타를 뽑았다. 다르빗슈 초구 때는 2루 도루에도 성공했다.
5회 무사 1루에서는 날카로운 타구를 보냈지만, 3루수 타일러 웨이드 호수비에 걸려 땅볼로 물러났다. 7회에도 땅볼에 그친 오타니는 4-2 앞선 8회 쐐기타를 날렸다. 1사 1, 2루 찬스에서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모레혼의 몸쪽 싱커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그 사이 2루 주자 럭스가 홈으로 뛰어 들면서 오타니는 이적 후 첫 타점을 신고했다. 승리에 쐐기를 박은 순간이다.
그러나 오타니에게도 실수는 있었다. 타점을 올리고 1루에 있던 오타니는 프리먼의 우익수 쪽 큼지막한 타구를 보며 빠른 발을 앞세워 2루를 넘어 3루 진루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타구가 잡힌 것을 본 뒤 재빨리 1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2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지나쳤다. ‘누의 공과’로 아웃 처리된 오타니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쑥스러운 듯 엷은 미소를 띠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전날까지는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괜찮았다. 역전승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누의 공과 상황에 대해서는 “완전한 내 실수다. 2루(베이스)를 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취재진은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야구팬들은 “야구천재 오타니도 사람이다. 더 좋아진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