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 반영 못한 악법에 ‘속앓이’ [빵집 규제 10년①]
입력 2024.03.25 07:23
수정 2024.03.25 07:23
5만개 넘는 편의점, 10만개 커피전문점...시장 환경 급변
신규 출점 제한에 예비 소상공인 일자리도 제한
2013년 시작된 대기업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올 8월 만료를 앞두고 재지정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 5만개가 넘는 편의점을 비롯해 급증하고 있는 카페 프랜차이즈까지 동네빵집의 경쟁 상대는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역차별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기적합업종 이후 시장의 변화와 규제 실효성 등에 대해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업종은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처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후 몇 번의 연장 끝에 2019년 만료됐지만, 대한제과협회와 상생협약을 맺으면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8월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또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0년이 넘는 규제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년도 매장의 2% 이내로만 신규 출점이 가능하고 출점 시에도 개인 빵집과 50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규제를 지키다 보면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는 일부 입지를 몇 군데를 제외하고 사실상 골목 상권에는 출점이 불가능하다는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매장 수는 2018년 각각 3378개, 1315개에서 2022년 3419개, 1315개로 거의 변동이 없다.
이들 업종이 11년 간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이 전국에는 5만개로 불어난 편의점과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통 환경이 바뀐 만큼 지금의 규제는 실효성이 부족하며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골목빵집의 최대 경쟁자가 대기업 계열 베이커리 전문점이었다면 현재는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등으로 다변화됐다는 것이다.
전국 5만개가 넘는 편의점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최근에는 제과명장과도 손을 잡으며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전국에서 소문난 제과점 빵을 각 가정으로 손쉽게 배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SNS에서는 주로 외곽 지역에 위치한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빵지순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부지와 인테리어 등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더불어 이들 업종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10년이 넘는 규제 기간 동안 소비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기존의 규제로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오히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업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편의점이나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10만개에 육박하는 커피전문점에서도 모두 빵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규제 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또 다른 소상공인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규제가 적용 중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업의 가맹본부는 대기업이지만 개별 가맹점을 운영하는 것은 동네빵집과 같은 소상공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신규 출점 제한 규제가 예비 소상공인들의 일자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출점 제한에 해외서 활로 모색…“소비자 편익도 고려해야” [빵집 규제 10년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