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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내 기업들…소상공인 설자리 좁아지나 [中이커머스 공습②]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4.03.19 07:02
수정 2024.03.19 07:02

알리,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 앞세워 K셀러 확보 박차

가격 경쟁력에 밀려 유통 플랫폼부터 제조사까지 타격 불가피

알리 앱 내 K베뉴 카테고리.ⓒ알리 앱 캡처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우 생존위기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브랜드관인 ‘K-베뉴’를 론칭하고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우며 국내 셀러(K-셀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면제 혜택이 큰 메리트다.


통상 판매자가 이커머스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매출의 10~20% 가량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가 면제되면 비용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점점 치열해진 온라인 플랫폼 시장경쟁에서 알리까지 초저가 전략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만큼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가 약한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알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다른 해외 플랫폼에도 입점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꾀할 수 있다.


또한 알리는 국내 판매자들의 입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나섰다.


판매자 상담 및 교육 전용 카카오 채널을 개설하고 판매자들이 원활한 안내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신규 판매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쉽게 해소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입점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1조원 넘는 투자 계획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316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수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6월에는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할 방침이다.


국내 유통사들은 알리의 전방위 공세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알리가 가공·신선식품에 이어 가전제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경우 국내 유통 플랫폼들은 물론 중소 제조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판매자들은 수입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관세와 통관 비용, 안전 인증(KC)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알리의 경우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롭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국내에서는 관·부과세, KC 등 인증에 필요한 비용이 드는 만큼 원가에 마진을 붙여 팔 수밖에 없는데 중국 플랫폼에서는 관세나 KC인증 없이 판매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제품일 경우 조금이라도 가격이 저렴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국내 한 중소 수입업체 관계자는 "인체에 해가 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KC 인증을 거치는데 중국에서는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알리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초저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끝"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판매자들 중 중국에서 제품을 가져다 파는 경우가 많은데 알리가 직접 플레이어로 등판하게 되면 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알리가 국내 소비자를 비롯해 기업까지 흡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면 결국 한국 유통 생태계는 중국계 자본에 잠식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알리가 중국의 거대 자본을 업고 국내에 물류센터를 설립해 배송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고사할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오는 21일 ‘중국 이커머스 공습, 소비자 및 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를 개최해 국내와 중국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 조성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 테무 등의 등장은 4차 산업 혁명의 결과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글로벌 직구 플랫폼”이라며 “이들로 인해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초저가 시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은 물론 제조업체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졌다”며 “특히 중국에서 물건을 떼다가 국내에 판매한 업체가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은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알리를 활용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등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책에도 불안감 여전…“공정한 경쟁환경 마련 절실” [中이커머스 공습③]>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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