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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 인성, 갈색 눈동자의 심연 속으로 [D:PICK]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3.18 11:16
수정 2024.03.20 18:50

초승달처럼 곡선을 그리는 SF9 인성의 입매는 부드러움과 서늘함의 경계를 오간다. 뮤지컬로 영역을 넓힌 인성에게 시원한 입매가 캐릭터 뉘앙스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왔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관람하기 전까지는. '다원 영의 악의 기원'에서는 인성의 갈색 눈동자 안에서 생기가 혼란의 파도를 만나 물기와 함께 소멸되는 걸 목격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부터 하위 9지구까지 나눠진 계급 사회가 배경이다. 유토피아로 위장한 디스토피아 속 한 가문에 대물림된 3대에 걸친 악의 근원을 이야기 한다. 인성은 타이틀롤 다윈 영을 연기했다. 다윈은 상위 1지구에 위치한 명문학교 프라임스쿨의 학생이자 문교부 장관 니스의 아들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최상위층 가문의 16살 도련님 다윈 영이 친구 루미 헌터와 함께 아빠의 친구이자 루미의 삼촌 제이 헌터의 죽음을 따라가며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죄악을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진실, 정의, 평등, 용서라는 단어들은 다윈의 미래를 비춰주는 빛이었지만, 극이 흐를 수록 이 단어들은 다윈을 혼란 속으로 이끄는 어둠이 된다. 변증법으로 완성된 악의 기원은 16살의 완전무결한 인물이 외롭고 추운 길을 걷게 될 것을 예고한다. 다윈 영은 감정이 광폭으로 오가기 때문에 수준급의 연기력과 원작과 뮤지컬 속 캐릭터 치열한 분석이 요구된다.


(재)서울예술단 관계자에 따르면 인성은 대본을 일찌감치 손에서 뗐을 만큼 철저히 준비했다. 다윈의 감정을 파고들어 상황에 몰입하고 가사가 가리키는 의미 분석을 거듭했다는 전언이다.


노래 역시 아이돌로서 무대 위에 설 때와는 다른 창법을 보여준다. 여섯 번째 뮤지컬 출연인 만큼 그 시간들 속에서 갈고 닦아온 기량이다. 모든 뮤지컬의 넘버가 어렵지만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곡 소화력은 물론 호흡까지 난이도가 꽤나 높다. 인성은 넘버에 필요한 역량들을 챙기면서 다윈의 해맑음과 처절함의 감정을 적재적소에 내보인다. 회차마다 달라지는 감정의 디테일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그렇게 인성은 심오한 주제와 메시지, 잘 설계된 연출, 동료 배우들 사이에 녹아들며 공명을 만들어냈다.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임했는지는 커튼콜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극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 관객들을 향한 감사함, 동료들을 향한 존경과 존중을 표출해 내면서, 주체하지 못한 감정들에 울컥하는 모습들이 비치고는 한다. 가혹한 다윈 영의 운명을 향한 동정일까. 죄책감과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 다윈 영의 잔인한 성인식의 위로일까. 보는 이들마다 각자 해석하게 만드는 배우가 선사한 여백이다. 그리고 갈색 눈동자 안에서 사라진 불꽃과 물기는 다시 살아난다.


인성은 첫 뮤지컬 '그날들'을 시작으로 '레드북', '잭 더 리퍼', '블루헬멧 메이사의 노래', '겨울나그네'를 거쳐 '다윈 영의 악의 기원'까지 뮤지컬 배우로서 발자국을 차근차근 찍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제대한 이후 '겨울나그네'에 이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벌써 두 번째 작업이다.


12월부터 2월까지 공연한 '겨울나그네'에서는 순수한 의대생이었으나 아버지의 죽음과 출생의 비밀로 뜻하지 않은 사건들에 휘말리는 한민우 역을 맡았다.


한민우는 연이은 불행에 내몰려 일탈과 범죄를 저지르고 마는 비참한 삶을 사는 인물로, 평소 인성의 이미지에서 쉽게 떠올릴 수 없는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인성은 "이 공연을 통해서 저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값진 경험과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본업이 SF9 메인 보컬인 그에게 뮤지컬의 활동은 시너지가 됐다. 1월 군 제대 첫 발매한 SF9 13번째 미니앨범과 무대 위에서 한층 더 탄탄해지고 여유로워진 목소리를 들려줬다. 두 분야의 열정과 재능은 서로를 보완하며 인성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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